정상회담 기대감 높아져 美 철강 관세부과 악재에도 투자심리 살아나 증시 활기
코스피지수 26.37포인트↑ 2459.45로 한 달 만에 최고치
“북한 관련 호재 나온 후 오히려 하락 많아” 경계도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이 무역 분쟁 우려를 덮었다. 코스피는 2450선을 회복했고, 주요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이 국내 증시의 오랜 숙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변수가 많아 마냥 낙관적인 전망을 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코스피지수는 26.37포인트(1.08%) 오른 2459.45에 마감했다. 지난달 5일 기록한 2491.75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986억원, 2923억원을 순매수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이 외국산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코스닥지수도 1.39% 상승했다. 일본, 중국, 홍콩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중국의 사드 보복 피해로 하락했던 국내 호텔, 화장품, 여행·항공 업종이 북한 비핵화 기대감에 상승했다. 호텔신라(10.82%) 아모레퍼시픽(4.15%) 하나투어(4.81%) 대한항공(3.67%) 등이 올랐다. 남북 경제협력주의 희비는 엇갈렸다. 좋은사람들(-5.69%) 재영솔루텍(-3.25%) 등은 장 초반 올랐다가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했다. 대북 사업을 벌였던 현대그룹의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22.62%)가 올랐다.
증권가에선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로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나금융투자 조용준 센터장은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가 3위 업체 미국 마이크론보다 시가총액이 적다”며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저평가 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는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8일 기준 46bp(1bp=0.01% 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의 이유로 지난해 9월 76bp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질적 비핵화까지 변수가 많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지금까지 북한 관련 호재가 나온 뒤 증시가 오히려 하락한 적이 많았다. 북한 때문에 한국 증시가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도 구체적인 수치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관계 개선 기대감은 이미 증시에 많이 반영됐다고 봐야 하고, 결국 추가 상승은 기업 실적이 이끌어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北·美 대화 훈풍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풀리나
입력 2018-03-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