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檢 기습 출석… 피해자에 사과는 없었다

입력 2018-03-09 18:19 수정 2018-03-09 23:37
여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여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잠적한지 4일 만에 기습 출두한 안 전 지사는 국민과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4분쯤 홀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롱패딩 차림의 안 전 지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셨을 많은 국민 여러분,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죄송’과 ‘잘못’이라는 단어가 7번이나 반복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발언은 없었다. 그는 ‘(비서) 김지은씨의 폭로가 모두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일부 시민들은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소리 지르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의 법률대리인 이정호 변호사는 취재진을 피해 미리 청사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오후 3시40분쯤 검찰에 출석 입장을 기습 통보했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자진 출석한 것이다. 수사를 맡은 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안 전 지사의 출석 날짜를 사전 조율하지 않았지만 조사를 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김씨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김씨의 법률지원을 맡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 측은 김씨가 조사받고 있다고 알리며 안 전 지사의 일방적 출석 통보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전성협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출국금지하고 성폭행 장소로 지목된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연달아 압수수색했다. 이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친구가 대표로 있던 경기도 성남의 한 건설사가 지난해 8월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주언 심우삼 기자 eo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