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안타까운 죽음… “미투 위축돼선 안돼”

입력 2018-03-09 18:20 수정 2018-03-09 21:18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타가 성폭력 의혹에 휩싸이더니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돼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 배우 조민기(53·사진)씨 얘기다. 조씨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지 17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시인 고은(85)씨, 연극연출가 이윤택(66)씨와 함께 한국판 미투 운동의 대표적인 표적이었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조씨의 비극적인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투 운동이 위축돼선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9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목을 매고 숨진 조씨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건 그의 아내였다.

조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할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남긴) 유서 존재 여부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씨는 오는 12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었다.

서울 출신인 조씨는 1982년 연극배우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91년 영화 ‘사의 찬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93년에는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고, 이후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만 하더라도 약 50편에 달한다. 특히 2008∼2009년 방영된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는 악역 신태환 역을 강렬하게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 작품은 방영 당시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씨는 방송 3사 연기대상에서도 수차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씨는 2004년 모교인 청주대 겸임교수가 됐고, 2010년엔 조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강단에 서면서도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2015년에는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딸과 함께 출연해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을 샀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씨가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그의 삶을 완전히 달라졌다. 제보자는 “청주대 교수였던 연예인이 몇 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교의 조사가 이뤄졌고,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폭로했다.

조씨의 소속사는 “명백한 루머”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조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결국 조씨는 지난달 27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썼다. “법적·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싸늘해진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 날인 28일 한 매체는 그가 여성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자신의 나체 사진까지 보낸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였다. 조씨는 이후에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고, 결국 아내와 자녀들을 남겨둔 채 세상을 등졌다.

박지훈 손재호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