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보다 美 우선… 경계하는 中

입력 2018-03-09 18:29 수정 2018-03-09 21:25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안을 수락한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은 북·미 대화를 적극 촉구해 왔지만 막상 ‘혈맹’ 관계였던 북한이 중국을 제쳐놓고 미국을 먼저 만나는 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초청 수락 소식에 대해 “우리는 북·미 양측의 직접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관건은 각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한반도 핵 문제를 평화와 대화의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오랫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전면 이행했고, 이에 대해 큰 대가를 치렀다”며 “제재는 목적이 아니며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의 근본은 정치 및 외교 수단을 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주요 매체는 ‘중대 변화’ ‘대사건’이란 표현을 앞세워 긴급 속보로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정상회담을 ‘대사건’이라고 표현하며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인민망은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며 비핵화 의지를 한국 특사단에 보였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도 캡처해 보도했다. 관영 신화망과 주요 인터넷 매체들도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급박해지는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도 제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미 직접 대화는 환영할 일이지만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 중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며 “우선 스스로 중국이 소외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이 미국에 쏠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당당하게 지지해줘야 한다”며 “중국은 애초 북·미 직접 대화를 촉구했고, 북핵 문제가 풀리면 북·중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차이나 패싱 우려는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핵·미사일 도발을 해왔고, 중국은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했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북·미 대화 제의는 미국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급해진 중국은 앞으로 6자회담 등 다자 간 대화 틀에서 역할을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