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중단을 전격 선언하면서 북한이 대외 관계에서 극적인 대(大)전환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표방하며 ‘핵보유 강성국가’를 천명해 왔던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일시 중단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오늘 결심했으니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구두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도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파격 중의 파격으로 여겨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로 ‘핵단추’ 논쟁을 벌여가면서 긴장을 한껏 높여왔던 관계가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발사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이제는 당분간 경제건설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에게 “실무 대화가 막히고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면 문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 “자기들(방남했던 북한 대표단)은 남쪽에서 대접 잘 받고 돌아와 놓고 소홀해서야 되겠느냐”면서 “백화원 초대소가 공사 중이라 이용하지 못하니 양해바란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 북·미 수교까지 노릴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동결, 나아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 폐기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북·미 대화의 초점을 ‘핵 군축’에 맞춘다면 상황은 더 나아가지 못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9일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은 자신들의 전략적 시간표에 따른 수순”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핵군축 협상의 변형된 모습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8기 해외지역회의에서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대해 “북한 최고 지도층에 김여정 부부장 같은 사람이 있는 게 다행스럽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김 부부장은 (방남 때) ‘제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못합니다만’이라면서도 할 얘기를 다 또박또박 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조심스럽고 힘들 수도 있는데 내색 없이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보였다. 진짜 아주 편안한 그런 느낌을 줬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정은 태도 변화 속내… 제재 해제 노림수, 北 의도 속단해선 안돼
입력 2018-03-09 18:09 수정 2018-03-09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