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철강 수출 年 9400억원 감소 우려”

입력 2018-03-09 18:25

한국은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 중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되는 비중이 73.6%로 세계 두 번째로 높다. 미국 ‘관세폭탄’의 영향 아래 있는 수출액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한국무역협회는 9일 “한국의 미국 철강 수출 37억8800만 달러에서 이번 232조 대상 제품 비중은 73.6%(27억8700만 달러)로 전 세계 평균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평균은 45.0%다. 브라질이 78.5%로 가장 높고 한국 일본(57.6%) 캐나다(57.0%) 순이다. 다만 캐나다는 이번 관세 대상 국가에서 제외됐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철강 파이프와 튜브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조치로 한국 철강제품 가운데 파이프·튜브에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산 파이프·튜브는 미국 수입시장의 20%를 차지하며 1위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파이프·튜브 전체 수출금액은 27억 달러이고, 미국 수출액이 16억3400만 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민관합동대책회의에 참석한 국내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출 감소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중견업체들의 우려가 컸다. 유정용 강관(파이프)을 주로 수출하는 휴스틸의 박훈 사장은 “전체 80%가 대미 수출 물량인 만큼 타격이 크다”며 “행정명령이 발효되기 전까지 미국이 우리를 우방국 대우를 해 한국이 빠지는 방안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세아제강 이휘령 부회장도 “철강업계 전체가 다 많이 힘들고 타격이 크다”며 “상당히 안타깝고 아쉽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기업들은 수출지역 다변화 전략으로 중견업체에 비해서는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등에 공급하는 물량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은 “미국 현지 현대차 조지아·앨라배마 공장에 공급되는 물량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아직 정식 발효까지 보름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포스코의 정탁 부사장도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정부와 같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연간 대미 철강 수출액이 20% 넘게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할 경우 대미 철강 수출은 연간 약 8억8000만 달러(약 9400억원·21.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