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日… 아베, 내달 방미

입력 2018-03-09 18:30 수정 2018-03-09 21:2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나 현지 언론도 회담 소식이 전해진 뒤 ‘멘붕’에 빠진 모습이다. 일본은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향후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소외되는 ‘재팬 패싱’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하자고 요청했다. 이런 북한의 변화를 평가한다”며 “이는 한·미·일과 국제사회가 고도의 압력을 계속 가한 데 따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4월 중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위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때까지 최대한 압력을 가한다는 미·일의 입장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유관 부서 각료들은 미국발 깜짝 뉴스에 충격을 받은 가운데 급격한 ‘대화 무드’를 경계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두 차례 그런 언행을 하고 핵개발 시간을 벌어왔으니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입으로만 비핵화를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미국이 판단한다면 거기서 대화는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려면 북한이 완전히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2∼13일 방일하는 서훈 국정원장으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재팬 패싱’을 크게 우려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북한에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동결만 요구해 일본을 사정거리에 두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남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도 “북·미가 정치적으로 타협한다면 핵무기 탑재 탄도미사일 사정거리에 있는 일본과 한국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산케이신문에 “북·미 회담이 추진됨으로써 일본이 표면적으로 고립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베 총리가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일본의 의도는 제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