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전 분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여성이나 가족을 향한 2차 가해도 덩달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실명으로 피해를 고발한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신상을 터는 글들이 쏟아진다. 주목도 높은 사건이 발생하면 언제나 나타나는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신상털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김지은씨 관련 비난은 도를 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김씨에 대해 ‘불륜관계’ ‘성폭행으로 둔갑한 치졸한 공작’ ‘유부남과 놀아난 XXX’ 등으로 쓴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부분 근거 없는 것들이다. 김씨의 나이·학력·결혼·전화번호 등과 같은 신상정보는 기본이다.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경우 외모를 비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폭로 대상자들의 가족도 인격 모독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폭력 행위로 고발된 배우 조민기의 딸은 비난 글이 쇄도하자 SNS 계정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
신상 털기 등은 진위 여부를 떠나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당사자들에게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어 자제해야 마땅하다. 관계 당국은 익명 뒤에 숨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 인터넷 문화를 어지럽히는 인격 살인 차단을 위한 정책적 보완 역시 시급한 과제다.
[사설] 미투에도 기승 부리는 무차별 신상털기
입력 2018-03-09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