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혼자가 아닙니다”… 전국 곳곳 미투 물결

입력 2018-03-09 05:00
세계여성의날인 8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여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이 하얀 장미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한국여성연극협회 회원들이 8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연극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피해자들의 폭로를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성폭력 근절·임금 격차 해소, 차별없는 세상을 위하여…
사회단체·대학생 등 주도… 예년에 볼 수 없던 큰 반향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서울 곳곳에서 기념집회가 열렸다. 미투(#MeToo) 운동을 향한 지지와 연대로 예년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성폭력 근절,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등 주제도 다양했다.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자조합 등 노동단체들은 여성의 날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3시 STOP공동행동’ 집회를 열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남자와 여자의 임금차이가 100대 64라서 오후 3시가 지나면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라며 “올해도 여자들은 오후 3시에 일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개회사에서 “미투 운동 확산은 구조적인 차별과 폭력을 확인하게 했다”며 “여성들이 겪는 일터의 성폭력은 차별적인 제도와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경찰 추산 1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 후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결남출(결혼, 남자친구, 출산) 묻지 말고 반반 뽑아라’ ‘최저임금 정부부터 지켜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일부 참가자는 성별 구분 없이 똑같이 일하자는 뜻에서 가면을 썼다. ‘여성노동자도 큰소리로 권리를 외치겠다’는 뜻에서 깡통을 바닥에 시끄럽게 끌며 행진했다.

여성폭력피해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광화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하얀 장미꽃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까지는 보라색 장미를 나눠줬으나 올해는 성폭력에 대한 저항과 여성의 존엄성을 의미하는 하얀 장미를 들고 나왔다.

꽃에는 ‘#MeToo 운동에 함께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지침서’라는 안내 카드가 꽂혀 있었다. 여성이 폭력을 당했을 때의 대처법 등이 적혀 있었다. 광화문에서 행사를 진행한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팀장은 “지난해 여성의 날에 비해 격려해주는 시민들이 많다”며 “미투 얘기를 꺼내며 말을 건네는 등 미투 운동이 많이 알려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광장 일대에서는 3·8대학생 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다. 대학 총학생회와 여성주의 모임 등이 모인 이 집회에선 직장과 대학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고 낙태죄를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허성실 사회변화노동자당 언론담당은 “공동행동을 만든 게 지난달 초였는데 그때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있었고 성폭력 문제가 근절돼야 한다는 공감이 커졌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생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