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對北 발언도 인지 “남측 어려움 잘 알고있다” 특사단과 대화 먼저 주도
김여정 “北 음식 입에 맞나” 옥류관 냉면 대접 등 배려
국빈급 경호 행동 자유 보장… 국내뉴스 인터넷 실시간 확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우리 측 특사단과 면담 당시 ‘남한과 해외 언론에 비친 나의 이미지와 평가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스위스 유학 등 외부 세계를 접한 경험이 많아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에 상당히 신경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5∼6일 대북 특사단 방북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우리 언론과 해외언론에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가며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고모부인 장성택 등 고위 간부를 잇달아 처형, 숙청해 국제사회에서 잔혹한 지도자로 악명이 높다. ‘과격한 젊은 독재자’ ‘돼지’ 등의 이미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 ‘영리한 녀석’이라며 조롱했고, 김 위원장은 직접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베를린선언 등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놓은 대북 메시지들도 꼼꼼히 챙겨보고 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앞서 비핵화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미리 메모해 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정 실장이 메모를 볼 틈도 없이 “(남측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며 직접 대화를 주도했다. 남북은 김 위원장 주도로 면담 한 시간여 만에 6개 합의사항을 대부분 확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전 세계의 시선과 우리 국민이 갖는 기대도 잘 알고 있었다.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 예우에도 공을 들였다. 특사단을 태운 벤츠 리무진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이 직접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특사단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의전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두 손으로 받았다. 정 실장이 친서 전달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김 위원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돌아와서 두 손으로 친서를 받았다. 만찬 때는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연회장 입구 앞에서 특사단을 맞았다.
특사단과 구면인 김여정은 “음식이 입에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만찬에서 첫 잔은 백포도주로 건배한 뒤 다음 잔부터는 주로 평양소주를 마셨다고 한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서울 방문 당시 우리 측 인사들이 평양냉면과 온반에 관심을 보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특사단의 첫날 만찬에는 온반, 둘째 날에는 옥류관 냉면이 나왔다. 옥류관에 동행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 인민들은 냉면을 두 그릇씩 먹는다”고 권유했다.
특사단 경호는 국빈급이었다. 방북 인원 전원에게 한명씩 ‘마크맨’을 붙이던 과거와 달리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했다고 한다. 특사단 숙소가 위치한 층 전체에 경호원을 배치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방산 초대소에 머무는 특사단이 1층에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초대소 경내 안에서 산책을 해도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방산 초대소는 미국 TV채널뿐만 아니라 KBS MBC YTN 등 국내 방송도 시청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으로 남한 사이트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어 특사단은 국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특사단이 본 김정은… 자신에 대한 해외 평가 말하며 ‘농담’
입력 2018-03-08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