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미투 후보자’ 배제… 정당들 검증 방안 고심

입력 2018-03-09 05:05

민주당, 불관용 등 3대 원칙 천명… 정봉주 의혹 복당 심사 변수로
‘박원순 캠프 성추행’도 조사 앞둬… 野 “엄격한 기준 적용… 심사 강화”
선거 직전 상대 흠집내기 폭로 경계


미투(#MeToo) 운동이 정치권으로 퍼지면서 6월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 정당들은 성폭행이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미투 후보자’를 걸러낼 방법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정당 차원에서 신고가 접수되면 ‘실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수사권이 없는 정당이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직전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가짜 미투’(허위 제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전국윤리심판원·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권력형 성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피해자 보호주의’ ‘불관용’ ‘근본적 해결’이라는 3대 원칙을 세웠다. 또 성폭력 범죄신고·상담센터를 각 시도에 설치하고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후보자 자격 심사를 보류하고 실사에 나서기로 했다. 당 실사 결과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후보자 자격은 박탈된다.

하지만 당 차원의 실사로 진실을 명백하게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8일 “당의 실사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래도 최대한 검증을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날 회의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 진술을 확보하고,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조회하는 참고인 조사 등이 실사 방법으로 논의됐다. 또 성폭력 상담 전문가나 공익 변호사를 실사에 참여시키고, 복수의 실사단이 서로 합의해 사실 관계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도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성범죄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되면 공천에서 배제하고 의혹이 제기된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심층 심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검증 방안까지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 전 의원의 복당 심사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의 소명을 들어보고 복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려고 했지만 의혹이 제기되자 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투 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캠프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는 폭로가 지난달 나왔고, 박 시장은 “당연히 알았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몰랐던 것도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이를 알고도 은폐했다면 ‘2차 가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서울시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사후 처리 과정도 조사하기로 했다.

선거 직전 상대 후보자를 향한 ‘가짜 미투’가 나올 수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장 선거를 앞두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 실사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지만 후에 ‘거짓 제보’였음이 드러나거나 법적 공방 끝에 무죄가 입증될 경우 논란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