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은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하게 세웠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겠다는 것과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이 그것이다.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정치 논리’보다 ‘산업 논리’를 중심에 두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8일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채권단은 질질 끌려다니며 계속 돈을 퍼붓지 않을 생각이다. ‘회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고부가가치 선종 기술력을 보유한 대우조선의 경우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 자금을 투입했지만 성동조선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 가용 자금 1475억원이 있고 중형 탱커 및 소형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상황이 좋기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뿐이다. 채권단은 현재의 경쟁·원가 구조로는 정상화가 불확실하다고 본다.
또 채권단은 노조를 포함해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도 관철했다. STX조선은 한 달 안에 자구계획안, 사업재편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반드시 노사 확약이 붙어야 한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
자구계획안도 채권단이 의뢰해 얻은 컨설팅 결과보다 강해야 한다. 컨설팅 결과는 인력 약 40% 구조조정이었다. 채권단은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중소조선사의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자구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전제”라며 “무조건 지원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세운 원칙은 금호타이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자구계획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시간을 줬다. 이 회장은 “자구계획이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금호타이어를) 회생시키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GM에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신규 자금 지원을 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올드 머니는 GM 본사의 책임이다. 뉴 머니는 필요할 경우 회생 가능하다면 긍정 검토하겠다는 전제 아래 한국GM을 실사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올드 머니’는 GM 본사가 한국GM에 대출해준 돈, ‘뉴 머니’는 신규 투자 비용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을 만나 조만간 한국에 대한 공식 투자 계획을 밝히고,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文정부 첫 구조조정 ‘2대 원칙’… ①“밑 빠진 독 물 붓기 없다”
입력 2018-03-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