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올인’ 정책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제조업 고용 상황에 암초가 등장했다. 법정관리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정을 받은 성동조선·STX조선해양 근로자 2600명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여파까지 더하면 단기적인 고용지표 악화는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일감부족과 자본잠식에 시달려온 부실 조선사에 대한 정리 원칙을 고수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대규모 실업에 따른 고용대책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8일 법정관리라는 채권단의 최종 결정을 통보받은 성동조선의 경우 근로자 수가 1200명이다. STX조선 근로자 1400명 중 상당수도 구조조정 칼날 앞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예고는 제조업 고용 지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이 속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2016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2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2월만 해도 17만1000명이던 피보험자 수는 지난 1월 13만4000명으로 11개월 사이 3만7000명이나 줄었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후방산업에 미친 영향이 컸다. 추가 구조조정이 더해지면 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을 제외한 제조업 전체의 피보험자 수는 지난 1월 기준 343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340만명) 대비 3만9000명 늘었다. 하지만 조선업이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상황까지 겹친 만큼 당분간은 제조업 피보험자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태다.
정부가 이날 고용안정책 시행과 함께 위기관리 방안 마련을 추진키로 발표한 것도 특정 산업군의 여파가 크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실직자를 위한 맞춤형 재취업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대상 지역은 2개 조선업체가 위치한 경남 통영시와 한국GM 공장이 있는 전북 군산시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 대상의 소득 요건을 완화해 실직자들의 전직을 돕고 폴리텍대학을 활용한 인력 훈련도 확대한다. 대상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을 지원해 실직자를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실업급여 2개월 연장 등의 혜택이 있는 산업·고용위기지역 지정제도를 정비해 선제 대응키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실직자에게 체감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원 효과가 큰 것은 아니라서 (실직자에게) 근본적인 타개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조선 구조조정 ‘칼바람’… 일자리 정책엔 ‘역풍’
입력 2018-03-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