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공정 행위 개인 고발 강화한다는데…

입력 2018-03-08 21:32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개인 고발을 강화하겠다고 8일 밝혔다. 실무자라는 이유만으로 고발에 관대했던 관행을 깨뜨리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담합을 자수한 실무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 규정 없이 고발을 면제해주고 있어 김 위원장 의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고발 지침상 ‘개인 고발점수 세부평가기준표’를 마련해 다음달 9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기준에 따라 2.2점 이상은 원칙적으로 고발된다.

하지만 최근 유한킴벌리의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 갑질’ 사건에서 보듯 담합 사건과 이 기준은 이해상충 관계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이 사건 속기록을 보면 검사 격인 심사관은 담합을 주도한 유한킴벌리 실무자 5명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을 심사보고서에 적시했지만, 정작 심판정에서는 “선처를 바란다”며 고발 면제 결정을 내려 달라고 간청했다. 현행 공정위 리니언시 고시는 고발 면제 대상을 ‘사업자’로만 명시하고 있어 위원들이 이 규정대로 할 경우 실무자가 고발되고, 이 경우 리니언시 제도 취지가 무색해진다. 이 때문에 심사관은 ‘기소는 했지만 무죄를 내려 달라’ 식의 입장을 보인 것이다. 향후 제2, 제3의 유한킴벌리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리니언시 고시에 개인 고발 면제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공정법 관계자는 “현행 규정 아래에서는 심사관이 리니언시를 한 실무자를 ‘알아서’ 고발대상에서 빼는 것도 문제고, 위원회가 심사보고서상 고발 대상에 오른 실무자에 면제 결정을 내리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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