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사람과 컬링 대결서 졌지만… “전략·스킬 대단”

입력 2018-03-08 21:02
컬링로봇 ‘컬리’가 8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열린 춘천기계공고팀과의 사전 연습경기에서 스톤을 잡은 뒤 하우스(득점 구역) 방향으로 던지고 있다. 1엔드로 진행된 사전 연습경기에서 컬리가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알파고보다 더 고급 기술 적용한 ‘컬리’ 만들었지만 빙판 닦는 로봇은 개발 안돼
고등부 우승팀에 0대 3 패배… 사전 연습 경기에선 승리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

컬링 스톤을 하단에 장착한 무게 86㎏의 로봇이 접혀 있던 긴 목을 수직으로 쭉 세운다. 이어 2m20㎝ 높이의 머리에 장착된 카메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 사이 컬링 시트(경기장) 반대편 끝 하우스(득점 구역) 너머에 위치한 스킵 역할의 로봇은 앞서 찍은 경기 영상을 인공지능(AI) 컬링 소프트웨어 ‘컬브레인’으로 전송한다.

컬브레인이 분석을 마치고 전략을 세우자 투구하는 로봇은 목을 접고 빙판 위를 조용히 미끄러진 뒤 스톤을 던진다. 회전이 걸린 스톤은 그대로 시트 위 28m 정도를 지나 상대편 스톤을 ‘퍽’ 소리와 함께 쳐낸다. 상대 스톤 세 개를 쳐내는 트리플 테이크아웃 등 고급기술까지 선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세계 최초 AI 컬링로봇 ‘컬리’의 경기 모습이다. 컬리는 지난해 전국 컬링대회 고등부 우승팀인 춘천기계공고 컬링팀에 맞서 2엔드 경기를 진행한 결과 0대 3으로 패했다. 다만 빙판을 브룸으로 닦는 스위퍼 로봇은 개발되지 않아 컬리는 스톤을 던지기만 했고, 춘천기계공고팀은 1엔드에서는 스위핑을 한 뒤 2엔드에서는 컬리와 똑같이 투구만 했다. 앞서 1엔드로 진행된 사전 연습경기에서는 컬리가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춘천기계공고팀은 경기를 마친 뒤 “로봇이 생각보다 전략을 잘 짜고 스킬이 다양해서 당황스러웠다”며 “특히 일정한 힘으로 투구하는 모습이 무섭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컬링로봇 개발 주관기관으로 고려대와 울산과학기술원 등 8개 기관을 선정했다. 이후 60여명이 연구를 진행해 컬리가 탄생됐다.

컬링은 상대 의도를 파악하고 경우의 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둑과 비교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컬리는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바뀌는 빙질을 감안해 스톤의 이동경로를 계산하고, 스톤 간 충돌도 고려한다. 사람이 조정하는 게 아니라 로봇이 직접 경기를 한다”고 강조했다. 컬리에 바둑 AI ‘알파고’보다 고급기술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컬리는 1321회의 국제컬링경기에서 나온 16만개의 투구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했다. 그 결과 원하는 위치에 스톤을 놓는 ‘드로’ 성공률은 65%를 넘고, ‘테이크아웃’ 성공률은 80%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스위퍼 로봇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향후 컬리는 컬링선수들의 훈련에 지원될 예정이다. 일반인들이 컬링을 배울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컬리를 통해 발전된 AI 기술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천=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