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위드유” 지구촌 점령하다… 110주년 세계여성의날

입력 2018-03-09 05:00
스페인 여성들이 8일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24시간 여성 파업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젠더 불평등을 환기시키기 위한 파업으로, 현지 페미니스트 단체는 이날 하루 여성들에게 집안일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AP뉴시스
필리핀 여성운동가들이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마닐라에서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폭력적인 마약 단속으로 남편이나 자식, 형제를 잃은 여성들에게 꽃을 건넸다. AP뉴시스
■佛 임금 불평등에 벌금
3년 내 性 격차 해결 못하면 총임금 1% 벌금으로 내야

프랑스 정부가 3년 내에 남녀 직원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프랑스24, 영국 BBC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에두아르 필립 프랑스 총리가 다음 달 말 내놓을 사회개혁안에 남녀 임금격차 해소 방안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필립 총리는 “법에 보장돼 있는 게 현실에 없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며 “말뿐이었던 평등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의회가 이 제안을 승인할 경우 남녀 직원 간 차등 임금을 적용하는 프랑스 기업들은 2020년부터 회사 총임금의 최대 1%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 수 250인 이상 기업은 내년까지, 직원 수 50인 이상 249인 미만 기업들은 2020년까지 의무적으로 불공정한 임금 격차를 감시할 소프트웨어를 임금체계 시스템에 장착해야 한다.

프랑스는 45년 전부터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임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9%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EU 28개 회원국의 평균적인 남녀 임금 격차는 11.5%로 프랑스보다 조금 높다고 밝혔다. 이웃 국가인 벨기에의 남녀 임금 격차는 2.5%로 가장 낮았고 리투아니아는 무려 24.2%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등 국가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벨기에 차별 발언에 벌금
경찰, 여자에 안 어울려” 말한 남성에 400만원 선고

벨기에에서 남녀 차별적 발언을 한 남성에게 벌금이 선고됐다. 2014년 남녀 차별 금지법이 도입된 이후 유죄를 선고받은 첫 사례다.

벨기에 브뤼셀 법원이 2016년 6월 여성 교통경찰관을 향해 "나는 여자와 말하지 않는다" "경찰은 여성에게 적합한 직업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남성에게 3000유로(약 397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11월 열렸지만 최근 미투(#MeToo) 운동의 영향으로 뒤늦게 조명을 받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벨기에는 2014년 남녀 차별 고발 다큐멘터리가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차별 금지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남녀 상대방에게 경멸적인 표현을 하거나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는 '모든 제스처와 행동'을 차별로 규정하고, 위반 시 최대 징역 1년과 1만 유로(13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법 제정 초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합헌 결정이 나왔고,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나오는 각종 여혐 발언은 이 법에 따르면 처벌 대상이다.

벨기에 남녀평등기구는 "이 사건이 남녀 차별 금지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피해자들의 신고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다른 국가도 벨기에와 유사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남녀 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12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