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수집가이자 음악평론가 최규성씨가 소장 명반 내놓아… 수십 년 전 톱스타 앨범 등 전시
사진기자 그만두고 자료 발굴 앞장, 국내 걸그룹 소개 책 다음 달 출간… 해외 돌며 한국 명반 소개 전시 계획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수많은 희귀 LP가, 내로라하는 톱스타가 수십 년 전 발표한 앨범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에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까지 전시돼 있었다. 화가들이 국내 뮤지션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이 전시는 누가, 어떤 이유에서 기획한 것일까.
이 전시회는 롯데백화점이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고 있는 ‘100 앨범 100 아티스트’다. 전시장에 내걸린 LP는 모두 한 사람의 소장품이었다. 주인공은 소문난 LP 수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최규성(57)씨. 그는 이번 전시의 기획을 거들었고 전시를 위해 자신이 아끼는 음반들을 내놓았다. 지난 6일 전시장에서 만난 최씨는 “전시의 주제는 ‘추억과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전시회는 지난 2일 개막했는데, 저도 전시장에 온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정말 훌륭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관람객들은 과거 자신이 듣던 음반들을 보면서 향수에 젖을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미술 작품을 통해 감동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웃음).”
396㎡(약 120평) 크기의 전시장은 구성부터 이색적이었다. 최씨는 직접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10개 테마로 구분한 뒤 각 테마에 걸맞은 LP를 내놓았다. 예컨대 ‘밀리언셀러’라는 제목이 붙은 공간엔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 8장이 전시돼 있었다. 한국 록의 전설로 통하는 신중현의 작업물이 전시된 ‘신중현 디비전’도 눈길을 끌었다.
다채로운 주제 아래 전시된 음반은 134장이나 됐다. 최씨는 “대중들이 K팝의 장구한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서양에서 K팝은 느닷없이 등장한 음악처럼 보도된다. 하지만 지금의 K팝은 가요계 100년의 역사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최씨는 1986년부터 20년간 한국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마흔 다섯이던 2006년 회사를 그만뒀고, 음악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망실됐던 가요계 자료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2014년 펴낸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안나푸르나)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가요 LP는 2만장이 넘는다.
최씨는 이르면 다음 달 ‘걸그룹의 조상들’(가제)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2000년대 이전에 등장한 국내 걸그룹 600여팀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는 “많은 대중들이 한국 걸그룹의 ‘원조’를 S.E.S나 핑클로 잘못 알고 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걸그룹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는지, 이들이 가요계에 남긴 유산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출간한 뒤엔 해외 각지를 돌면서 한국의 명반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 계획입니다. 영국 런던을 비롯해 유럽 곳곳을 순회하는 전시가 될 거예요. 제가 어린 시절 좋아한 한국 가수들, 저의 영웅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날까지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향수·감동 자극하는 한국 대중음악史… ‘100 앨범 100 아티스트’전
입력 2018-03-0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