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부·국회로 공 넘어온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입력 2018-03-08 05:00
경영계, 정부·국회가 ‘확대’ 공감해 불리하지 않다 판단
노동계, 춘투에 의제로 넣어 외부서 압박하는 전략 쓸 듯
정부, 개선 방안 마련 착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둘러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논의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종료됐다. 공은 다시 정부·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고, 국회 역시 논의 과정에 돌입했다. 경영계는 정부·국회가 산입범위 확대 필요성을 공감하는 만큼 불리할 게 없다는 눈치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와 국회를 외부에서 압박하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임위는 7일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해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개최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소위는 이날 새벽까지 진행됐지만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 수당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소위 종료 후 성명을 내고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임근로자 임금까지 늘리는 현실은 공정성에 반하고 임금 격차 해소에도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안과 근로자 생계비를 계측하는 방식 등에서도 입장 차가 컸다.
양측이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다시 키를 쥐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노사단체와 협의해 최저임금 제도개편안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제도개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가 낸 안을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입법활동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입범위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계 입장이 반영된 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환노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16일 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 제도개선 TF가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다수안을 낸 만큼 정부 설득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와 국회의 산입범위 개편 움직임을 막기 위한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모처럼 재개된 사회적 대화가 난관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24일 시작될 춘투(春鬪)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이슈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국회가 또다시 노동 이슈에 있어 해결사 역할을 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안을 내놓지 못하면 정부·국회가 노사 갈등의 골만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을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단축안 합의 때도 경영계는 영세업체 부담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노동계는 휴일수당을 통상임금의 50%만 할증하도록 한 점을 지적했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