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사외이사’… 금융권, 주총 앞두고 초긴장

입력 2018-03-08 05:00
주요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뜨거운 감자’다. 속도가 붙은 채용비리 수사도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7일 KB금융지주 이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일 이사회가 노조와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주주권을 지켜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주주권을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이사회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주가 제안한 안건이 회사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주주에게 알려 판단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KB금융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8개 안건 가운데 정관계 인사의 이사 선임 제한, 대표이사 회장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배제를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이 포함돼 있다. 노조가 제안한 것이다. 이사회는 “이미 결의를 통해 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에서 빠졌고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어 ‘낙하산 인사’ 우려가 적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KB금융 주총에선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하는 것과 함께 노조 추천 사이외사 선임 문제도 다룬다. 사외이사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노조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주주제안 형식이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노동이사제’와는 조금 다르다. 다만 금융권에선 권 교수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데 성공하면 금융권 전체에 노동이사제 도입 바람이 불 것으로 본다.

KB금융과 같은 날 열리는 하나금융 주총에선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간다. ‘1인 사내이사 체제’를 보완할 방법도 마련해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22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농협금융도 사외이사 3명이 연임을 고사해 오는 30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뽑는다.

돌발변수도 있다.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날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은행 채용비리 수사에서 실무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최고경영자(CEO)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주총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