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北에 선물·제재 완화 없다”

입력 2018-03-07 18:21 수정 2018-03-07 22:06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대북 특사단의 보고 내용을 설명하고 여야의 협력을 요청했다. 왼쪽부터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이병주 기자

“국외서 따로 비밀접촉은 없어 기대 이상으로 北 많이 수용
예비적 대화 위한 美 요구 갖춰… 압박은 안보리 결의 따른 것 우리가 임의로 푸는 건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제재와 압박이 이완되는 것은 없다. 북한에 선물을 주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대북 제재·압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해 하고 있고, 미국도 강력한 제재를 별도로 하고 있다”며 “우리가 임의로 풀 수도 없고, 남북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국제적인 제재 공조가 이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하며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를 비롯한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일부 야당 대표가 북한의 기만 전략에 대한 우려를 적극 개진하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외에서 북한과 따로 비밀접촉한 일은 없다”며 “베를린 선언에서 우리가 먼저 제안한 셈이고, 북한이 신년사로 호응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대북 특사단이 북한에 별도로 약속한 게 있느냐’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질문에 “없다”고 단언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한의 구술을 일방적으로 받아 적은 게 아니냐”며 남북 합의 결과에 의구심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는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하고 북·미 대화가 필요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했다. 이에 대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입장을 특사가 듣고 온 것”이라며 “우리 기대 이상으로 많이 수용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건 처음이 아니다.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선택적 대화, 예비적 대화를 위한 미국의 요구 정도만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며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다 그냥 저쪽(북한)에 놀아나는 거야’라고 생각할 일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유 대표가 대북 제재·압박의 중요성을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그 점은 아예 말씀하실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인 제재 속에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이뤄지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 국제적인 합의 속에서 제재가 완화되는 것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임의로 완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두 차례 여야 대표 회동을 거부했던 홍 대표가 참석하면서 이날은 5당 대표가 모두 모인 완전체 회동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이견이 있어 만들지 못했다. 합의만 된다면 이런 자리를 언제든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