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핵폐기 꼭 다뤄야” 文 “핵폐기 위해 로드맵 필요”
유승민 “김영철 방남 사과해야” 文 “대화 위한 조치” 이해 구해
홍준표 “北 시간벌기용 대안은” 대통령과 설전 벌이기도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보수야당 대표들과 비핵화의 절차와 방법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4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해 남북 대화 등을 통한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문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남북대화를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해를 구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대화록 재구성.
△문재인 대통령=대북 특사가 가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비핵화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탐색적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는 연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준표 대표=분명한 핵 폐기 전제가 없는 남북 정상회담은 의미 없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핵 동결과 탄도미사일 개발 잠정 중단만 합의하면 안 된다. 핵 폐기가 아니면 대한민국에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유승민 대표=비핵화가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 의제가 돼야 한다.
△문 대통령=우리가 얻어야 되는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다. 핵 확산 방지나 그냥 동결 정도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단숨에 바로 핵 폐기로 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핵 폐기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이런저런 로드맵을 거쳐 완전한 핵 폐기에 이르도록 합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비핵화 입구는 동결이고, 출구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막연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인 협의다.
△홍 대표=핵 동결로 비핵화 문제가 합의되면 국가적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 드린다.
△유 대표=남북 대화가 시작된다고 해서 대북 제재가 완화거나 흔들리는 일이 없을 거라고 발표해주셨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우리 단독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서 하고 있고, 추가로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별도로 하고 있다. 우리가 임의로 풀 수도 없는 것이다.
△유 대표=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결된 김영철 방남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문 대통령=김영철이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 포괄적 책임만으로 대화를 안 할 수는 없었다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다.
△홍 대표=2005년 통일부 합의문보다 진전된 내용이 없다. 북핵 문제를 처리해 오면서 30년 동안 북한에 참 많이 속았다.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을 이번에는 밟지 말아야 한다.
△문 대통령=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다 안 될 거야’ ‘이것은 그냥 저쪽에 놀아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할 일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겠다.
△홍 대표=이번 회담이 북한의 시간벌기용으로 판명나면 거기에 대한 대안 있느냐.
△문 대통령=역으로 그렇다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
△홍 대표=모든 정보, 모든 군사 상황과 모든 국제사회 정보를 총망라하는 대통령이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느냐.
△홍 대표=대북 접촉은 언제부터 했나. 해외에서 접촉이 있었나?
△문 대통령=국외에서 따로 비밀접촉한 일은 없다.
노용택 문동성 이종선 기자 nyt@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文대통령 “탐색 대화 통로 열어”… 보수野 “속는 걸 수도”
입력 2018-03-07 18:40 수정 2018-03-07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