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갈등이 사임 원인인 듯… 나바로·로스 등 강경파 득세해
보호무역주의 기류 강해질 가능성… 파트너 잃은 우리 통상당국 당혹
트럼프 “EU, 미국 제품에 가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정책에 반대하던 측근 게리 콘(57·사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공식 사의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 인물이 사라지면서 한국 등 교역 상대국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콘 위원장은 성명에서 “조국에 봉사하고 역사적인 세제개혁안을 비롯한 친성장 경쟁정책을 시행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수주 안에 사임할 의사를 밝혔다. 사임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한 것에 반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자유무역주의자인 콘 위원장의 사임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남은 경제통들이 죄다 보호무역파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좌관으로 승진한 피터 나바로 통상산업국장, 주무 장관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으려 보호무역 정책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개연성도 크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EU 회원국인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EU는 미국에 유독 가혹했다”면서 “자동차를 미국에 팔면서 미국의 다른 제품은 다 돌려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붙이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뢰벤 총리의 면전에서 엄포를 놨다.
콘 위원장에 공을 들여온 한국으로서도 이번 일은 타격이 크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콘 위원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시로 통화할 정도로 우리와 소통이 잘 됐다”며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제어하는 역할도 콘 위원장이 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사 골드만삭스 출신인 콘 위원장은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에 합류했다. 트럼프 경제팀의 중심축으로서 지난해 말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끌어내리는 세제개혁안 통과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유대인인 콘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폭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가해자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사임 직전까지 갔다. 이번에도 관세 인상 발표 직전인 지난달 28일까지 직을 걸고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집권 1년 만에 참모들의 ‘대탈출’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던 호프 힉스 공보국장, 리드 코디시 기술보좌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최측근 조시 라펠 대변인이 지난달 잇따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롭 포터 선임비서관 역시 가정폭력 문제로 사퇴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도 조만간 사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관세폭탄’ 말린 게리 콘 퇴장… 백악관 매파 키 잡나
입력 2018-03-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