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 경계하는 日… 北 태도 변화 못믿어

입력 2018-03-07 19:13
일본 도쿄 도심의 대형 TV 스크린에서 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일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실시하고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응할 용의를 밝힌 것에 대해 의구심과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한·미·일 3국의 연대에 균열을 일으킬 목적이 크다고 보고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미소외교’에 눈을 빼앗겨 대북 압박 강화 방침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면서 “당분간은 대북 압박을 높이면서 각국과 연대해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가와이 가쓰유키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제재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이 이뤄진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일본은 북한이 완전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약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실 주변에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지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노선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은 압박 노선을 주도하는 일본 정부에 악재”라고 평가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과거 북한과의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충분히 감안해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또 “(현재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와 의사소통을 시작했지만 대북 특사단 파견 결과에 대해선 (의사소통) 시기를 가능한 한 빠르게 조율하고 싶다”면서 “서훈 한국 국가정보원장의 방일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장관 역시 취재진에게 “북한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잊어선 안 되는 것이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핵 포기를 반쯤 약속했지만 실제로 핵개발을 계속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특히 이번 한반도 대화 무드 속에서 자국이 소외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포기하는 선에서 미국과 협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사정권에 두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논의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