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여성 배제하는 男 VS 도 넘은 분노 표출하는 女

입력 2018-03-08 05:00

애인과 입맞춤 하기전에 공증받자는 웹툰 떠돌아
‘스쿨미투’에 일부 여성들 “가해자 자살하라” 댓글도
“미투는 이성간 다툼 아닌 양성평등 목표 인식해야”

애인 사이인 남녀가 입을 맞추기 직전에 남성이 여성에게 말한다. “이별 후에 네가 날 성추행범으로 몰아갈 수 있으니 키스 합의 계약서를 작성하자. 변호사와 보증인 입회하에 공증도 받아야 키스를 하겠다.” 밥을 사 달라는 여성 후배에겐 “성추행 무고를 방지하기 위해 동영상 촬영과 녹취를 할 계획이니 동의하면 밥을 사 주겠다”고 말한다.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는 웹툰 ‘펜스 룰’의 내용 중 일부다. 만화를 본 이들은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 “남성들이여 스스로를 지키자” 등의 댓글을 달며 공감을 표했다. 펜스 룰은 ‘아내 외에 다른 여성과는 사석에서 만나지 않는다’ 등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몇 가지 철칙에서 따온 것이다.

직장과 대학가 등에서는 성폭력을 방지한다는 미명 아래 새로운 펜스 룰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A건설사 직원인 신강형(가명·30)씨는 “이달부터 여성들을 빼고 입사 동기 모임을 갖기로 했다”며 “술 마시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실수를 할까 걱정돼 남자 동기들끼리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B대학 2학년 박동희(가명·21·여)씨는 풍물 동아리 가입을 거부당했다. 박씨는 “올해부터 힘든 활동이 많기 때문에 남성 회원만으로 운용한다는 해명을 들었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C유통회사의 인사팀 직원 이희경(가명·34·여)씨는 “얼마 전 남성인 팀장이 ‘성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 여성의 채용을 줄이자’는 말까지 했다”며 “농담이라고는 했지만 그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7일 “일부 남성이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를 존중하기보다 여성을 적 또는 기피대상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혐오를 조장하며 적대감을 부추기는 여성들도 보인다. 지난달 온라인에 만들어진 ‘미투 대나무숲’과 ‘스쿨미투’ 등 익명고발 창구에는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다양한 사례가 거의 매일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댓글은 공감과 위로를 표했지만 일부 여성들은 ‘가해자가 자살했으면 좋겠다’ ‘냄저(남자를 폄하하는 은어)는 다 죽여 버려야 한다’ 등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소장은 “피해자가 당한 고통에 적극 공감하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이런 반응이 반복되면 결국 남성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해 양성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MeToo) 운동은 이성 간의 경쟁이나 다툼이 아니라 성 평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장승진 전문강사는 “미투 운동의 결론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양성이 동등하다는 인식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초등학교 때부터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