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7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여러 의미가 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함으로써 첫 완전체 회동이 이뤄진 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대북특별사절단이 귀환한 바로 다음날 열린 점 등이 그렇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사실도 추가로 언급됐다. 남북 접촉이 북측 요구에 따라 지난 1월 9일 시작됐고, 남북 정상회담 장소를 평화의 집으로 선택한 건 북측이었고, 김여정 대남특사 방남 때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 등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김정은의 입장 변화에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최종 목표는 비핵화이며, 핵확산 방지나 핵 동결로는 만족할 수 없고, 대화 시작만으로 제재나 압박이 이완되거나 보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과 접촉할 때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협의해왔다면 한·미 공조 균열 우려도 일축했다. 신중함이 담긴 올바른 시각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북한의 핵 폐기를 한 번에 이룰 수 없으니 입구는 동결, 출구는 비핵화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미국과 상의해 핵 폐기 로드맵을 보다 정교하고 검증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게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틀린 이야기는 아닐지 몰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장기과제로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경우 김정은이 더욱 강한 핵무력을 손에 쥘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북한은 이미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는 마당이어서 핵동결이 갖는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야당 대표들의 주문처럼 내달 말에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폐기를 위한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홍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남북 정상회담 제안 주체와 시기, 북한의 진정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함께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해촉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은 거부했다. 이처럼 견해차는 있었지만,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한반도 상황을 놓고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나눴다고 하겠다. 해법은 달랐지만, 핵 폐기가 공통의 목표라는 점도 확인했다. 향후 남북관계 및 북·미 대화 흐름을 고려할 때 정부와 야당이 싸움질하는 상황은 국익에 반한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도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야당은 당리를 떠나 국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이길 기대한다.
[사설] 견해차 존재했지만 비핵화 원칙 공유한 청와대 회동
입력 2018-03-07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