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 적극 환영한 中… ‘차이나 패싱’ 우려도

입력 2018-03-07 19:08 수정 2018-03-07 21:52
출처=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북·미 간 불신이 워낙 깊어 미국의 대북 강경 노선이 바뀌지 않으면 북·미 대화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대화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겅솽(사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대해 “중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펼쳐지는 남북의 교류활동에 긍정과 지지를 보낸다”며 “이번 성과는 한반도 전 국민과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끊임없이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중국은 유관 국가들과 공동 노력해 한반도 비핵화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전날 자정쯤 겅 대변인 명의로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환영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북·미 대화까지는 난제가 너무 많다는 회의론을 제기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사설에서 한국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전환의 기점이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은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은 미국을 억제할 힘이 없으므로 중국과 러시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끌어들이려 할 텐데, 이런 국면에선 중국의 역량과 태도가 지속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지만 역으로 보면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향후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인터넷 매체 펑파이에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한이 불리한 상황을 만회하려는 ‘쇼’에 불과할 수 있다”며 “북·미 대화가 제대로 안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북·미 모두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실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북·중 접경지역 교민들은 북한과의 교역 재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접경지역 한 교민은 “우리 정부의 5·24조치로 남북교역이 중단되고, 북·중 무역까지 차단되면서 교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무드와 교류를 다시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