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달’ 수습단원이 폭력 고발… 까맣게 멍든 무릎사진 공개
“선배한테 아양·앙탈 부려라”… 인격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아
17학번 회원들 폭로 후 탈퇴… 대학생 57% “선배 갑질 경험”
홍익대 응원단 내 막말과 집합, 군대문화 등 각종 악습이 폭로됐다. 응원단 수습단원이었던 학생은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7일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홍익대 응원단 ‘아사달’의 폭력과 악습을 폭로하는 글이 여러 편 올라왔다. 17학번 응원단 회원들은 폭로 후 전원이 탈퇴했다.
이들이 쓴 글에 따르면 응원단에는 상명하복 체계가 뿌리박혀 있었다. 선배들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 했고, 이의를 제기하면 전체 학생이 모여 기합을 받아야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선후배 사이 부조리한 문화도 문제였다. 선배라는 호칭이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53세인 85학번 선배에게도 언니, 오빠라 부르도록 강요했다. 선배들의 전체 명단과 기수 등을 전부 암기하도록 하고 1년에 두 번씩 시험을 보게 했다.
이들은 무릎이 까맣게 멍든 사진도 공개했다. 응원춤을 연습하며 무릎을 바닥에 찧어야 했는데, 무릎보호대를 차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지금도 무릎이 엉망이고 얼어붙은 운동장을 쉬지 않고 12바퀴를 달리다 발목마저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응원단 선배들은 “진짜 굴려서 내보내고 싶다” “선배들한테 아양, 앙탈 좀 부려라. 너넨 사회생할을 너무 못한다”는 등 인격모독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홍대 응원단 ‘아사달’ 수습단원이었던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몸이 망가지고 폭언을 들어도 무대에 한 번 서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죄송하지 않아도 죄송하다고 해야 했고 그 말이 입에 붙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응원단 내 문화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18학번 신입생이 들어올 거란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대 응원단 동문회는 “재학생 운영진은 모두 잠시 권한을 내려놓고 동문회 차원에서 진상파악을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내 군기문화는 홍대만의 일이 아니다. 알바천국이 최근 20대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6%가 대학 입학 후 선배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동아리에서 1년 동안 활동한 B씨는 “기수문화가 워낙 강해 나이, 학번과 관계없이 같은 기수면 무조건 반말을 써야 했다”며 “한여름 훈련 스케줄을 너무 가혹하게 짜는 바람에 훈련받다 토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주언 심우삼 기자 eon@kmib.co.kr
홍익대 응원단, 막말·기합 ‘악습’ 폭로
입력 2018-03-0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