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멍텅구리 폭탄’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6일(현지시간)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공습에 정밀하지 않은 재래식 비유도탄(unguided bomb·멍텅구리 폭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비유도탄은 특정 목표만 타깃으로 하는 유도탄과 달리 피해 지역이 넓어 무차별 살상으로 이어진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민간인을 공격하고도 마치 시리아군이 공격한 것처럼 비춰지게 하려고 일부러 기술 수준이 낮은 비유도탄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 아타렙 시장(市場) 공습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한 민간인이 최소 84명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시리아 동맹국인 러시아와 이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 간 합의에 따라 안전지대로 지정된 민간인 거주지역이다. 당시 러시아는 이 지역에 공습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파울로 핀헤이로 조사위원장은 “이곳에서 러시아산 OFAB-500 비유도 확산탄과 러시아 공군이 알레포에서 수차례 공격했던 BeTAB-500 벙커버스터 폭탄들이 사용됐다”면서 “미사일 파편과 위성 이미지 등 러시아가 개입한 증거가 셀 수 없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비유도탄을 사용한 것은 무차별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다만 이 같은 의혹이 모든 조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니며 일부 유엔 관리는 “비유도탄을 사용한 게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주고 반군을 항복하게 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고 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직후 꾸려진 조사위는 그간 내전에 개입한 세력의 무차별 공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를 계속해서 방해해 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 시리아 민간인 학살 감추려 ‘멍텅구리 폭탄’ 사용
입력 2018-03-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