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銀 따고도 우는 봅슬레이팀… 예산 부족에 평창 슬라이딩센터 폐쇄 결정

입력 2018-03-08 05:03
한국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의 원윤종과 서영우, 전정린, 김동현(왼쪽부터)이 지난달 25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4차 주행을 마치고 은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 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기적의 은메달을 따낸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예산 부족으로 썰매 종목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용(사진)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과 봅슬레이 4인승의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은 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창올림픽의 쾌거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 총감독은 “봅슬레이와 (윤성빈이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은 모두 국제적으로 기량을 입증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수천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세운 만큼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일럿 원윤종, 푸시맨 전정린과 서영우, 브레이크맨 김동현으로 구성된 4인승팀은 평창올림픽에서 1∼4차 합계 3분16초38의 기록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연간 20억원의 운영비가 드는 슬라이딩센터는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올림픽이 끝난 뒤 폐쇄가 결정됐다. 슬라이딩센터는 2016년 10월 완공됐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공식 인증을 받은 전 세계 16개 트랙 가운데 최신 시설로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

원윤종은 “선수는 경기를 해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되면 이제 겨우 싹트기 시작한 한국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 죽어버릴까 봐 우려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나쁜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상비군도 해체됐다. 15명의 선수와 4명의 지도자로 구성된 상비군은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하기 전 트랙을 점검하고 썰매를 정비·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외국인 코치와 기술진도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이 총감독은 “전날 대한체육회로부터 우리 종목의 등록선수가 적어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동고동락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예산 편성이 안 됐다는 이유로 해산했다”며 “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함께해준 선수들인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소년, 상비군 선수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스켈레톤, 봅슬레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가 뚜렷한 예산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