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이벤트 아닌 과정…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입력 2018-03-08 05:02

“남북대화는 여러 분야서 균형 진전 이뤄야
‘적대정책 폐기→핵포기’ 그동안의 北 전략
한·미훈련, 대화 이유로 중단돼선 안돼
경제교류는 국제 제재 틀 안에서 작동해야”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프랭크 자누지(사진) 미국 싱크탱크 맨스필드재단 회장은 6일(현지시간) “비핵화는 과정이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며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누지 회장은 또 “남북 대화는 여러 분야에서 균형을 갖춘 진전을 이뤄야 하며 경제적 교류는 국제사회 제재 틀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자누지 회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전략적 상황이 달라진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폐기하고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사실 그동안 북한 핵 전략의 한 요소였다. 이번 발표를 북한의 생각에 의미 있는 변화로 보기 어렵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대화의 전망은 상당히 나아졌다. 그렇긴 해도 대화가 실질적인 결과를 낳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과 북한이 상호 핵심 관심사에 어떻게 호응할지에 달렸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될 것이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한·미 연합훈련이 야기할 긴장을 최소화하고 상호신뢰를 형성하는 방식을 놓고 한·미동맹이 북한과 협의할 것이다. 북한과 한·미동맹은 통상적인 훈련을 한다. 그런 훈련이 단지 대화를 이유로 중단돼선 안 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북핵 위기 해소와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인가.

“남북 정상회담이 핵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 문제를 한국과 의논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 스스로도 북한이 핵 포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할 만큼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남북 대화는 핵 협상 분위기를 개선하고, 긴장을 완화하고, 불신과 오판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남북 대화는 성공적인 북·미 대화의 무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남북 대화가 한·미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한·미 두 나라는 단계마다 매우 긴밀하게 협의를 할 것이다. 남북 대화가 한·미동맹을 해치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를 나쁘게 할 것으로 염려하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에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같이 갑시다’(한·미동맹의 구호)를 외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문 대통령은 안보와 인권, 문화, 정치 여러 분야에 걸쳐 균형 갖춘 진전을 보기를 원할 것이다. 목표는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낳는 포괄적 관여다. 남북 대화는 정전협정 준수를 재확인하고 인권채널을 가동하고 문화적 연대를 확장하고 정치적 대화를 정례화해야 한다. 경제적 제휴는 국제사회 제재의 한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으로 중단된 경제협력을 풀어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비핵화는 과정이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은 대화 한 번에 핵무기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실험 중단에서 시작해 핵물질 생산 동결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감시와 핵·미사일 시설 해체를 논의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모든 당사자의 인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