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찰스 헌틀리 목사 광주 선교사묘역에 안장된다

입력 2018-03-07 21:08

5·18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 찰스 헌틀리(한국명 허철선·1936∼2017·사진) 목사가 오는 5월 광주 양림동 선교사묘역에 안장된다.

5·18기념재단은 “5·18 제38주년 기념주간에 헌틀리 목사 미망인 등을 광주에 초청했다”고 7일 밝혔다. 재단은 이 기간에 가칭 허철선선교사선교묘원안장준비위와 함께 지난해 6월 타계한 헌틀리 목사의 유해를 양림동 선교사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다. 유족은 유골 일부를 광주에 가져오겠다는 의사를 재단 측에 전해 왔다.

1980년 5월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이었던 그는 5·18의 참혹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한 뒤 지인을 통해 미국으로 보냈다. 또 계엄군에 의한 총상으로 광주기독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 몸에서 추출한 M16 소총 탄환과 엑스레이 필름 등을 보관했다가 주한 미국대사관 등에 전달했다.

1969년부터 광주에서 선교활동을 한 그는 ‘무조건 피신하라’는 미국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부인과 함께 광주에 남아 계엄군을 피해 찾아온 시민들을 숨겨줬다. 이후에도 그는 저술활동 등을 통해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광주 양림동에는 ‘The 1904’ 명패를 단 헌틀리 목사의 사택이 남아 있고 지하실엔 암실도 보존돼 있다.

지난해 타계한 그는 “유골의 절반은 광주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딸들은 지난해 8월부터 유해 안장 방안을 5·18재단 등과 협의해 왔다. 헌틀리 목사의 제자인 차종순 호남신학대 명예총장은 “광주 안장을 계기로 그의 5·18 정신이 재조명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