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2014년 헌법재판소 ‘2011헌바254’ 결정)
대한민국은 양심 사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국가는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에 따라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을 직접 판단하지 않고 시민사회에 맡긴다. 이를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무한정 허용되는 건 아니다. 민주적 기본질서와 국가 권위를 손상시킬 때, 폭력 음란 등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때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된다.
‘위축효과’ 야기하는 규제 논리
이렇게 두텁게 보호받는 사상의 자유도 과도한 혐오표현·차별규제 논리에 따라 법률이 통과되면 위축된다. 국가가 나서 표현을 검열·억압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집단을 옹호하고 반대의견을 차단하려는 성격이 짙은 차별금지법 혐오표현규제법이 통과되면 ‘위축효과’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시민들은 공권력 처벌이 두렵기 때문에 자신의 표현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표현행위를 억제한다. 이렇게 되면 합법적이고 정당한 표현행위조차 자제하게 된다. 이처럼 검열이 일상화되면 표현과 신앙의 자유 규제가 자연스러운 사회가 된다.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을 강력하게 저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동성애, 이단, 이슬람 테러 등 공적 관심사에 대해 위축효과 없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은 필수”라면서 “만약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규제법이 통과되면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동성애와 이단, 이슬람을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어 “인간은 누구든지 헌법질서나 도덕에 반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인격·신앙을 자유롭게 표출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면서 “차별금지법, 혐오표현규제법은 애매모호한 데다 명확성마저 결여돼 표현과 신앙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게 뻔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법률 많은데 또 만든다고?
한국에는 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이 상당수 존재한다. 진보 진영에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인터넷상 표현에 대한 국가 규제, 각종 정치적 표현에 대한 형사규제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게다가 ‘준(準)차별금지법’ 역할을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 등 시공간 제약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남성 간 성행위자들과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한 사이비 교주들,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반사회 세력의 인권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더 큰 공익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정소영 미국변호사는 “혐오표현규제법과 차별금지법은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건전한 사회 윤리에 반하는 세력들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면서 “만약 양심과 신앙, 표현의 자유를 정말 제한하고 싶다면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서 자신의 권리가 더욱 우월하다는 걸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혐오표현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정당한 표현조차 스스로 입 닫을 가능성
입력 2018-03-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