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7일(현지시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을 100%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국의 증액 요구가 거셀 것이다. 2017년 기준 우리의 분담액이 9500여억원이었으니 100% 인상한다면 매년 2조원에 달하는 큰돈이다. 그렇지만 북한 도발에 맞서 미군이 보유한 핵심 전략자산이 빈번하게 한반도에 전개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마냥 뿌리칠 수만은 없다. 우리 몫의 비용은 지불하면서 받을 것은 받는다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주한미군을 위한 시설과 부지는 한국이, 병력 유지에 필요한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미국의 요구로 주한미군 근로자 인건비, 기지 내 건설비, 군수지원비를 한국이 예외적으로 부담하는 내용을 담은 SMA가 체결됐다. 협정 체결 첫해인 91년 1083억원이던 분담금은 이제 1조원에 육박한다. 주한미군 주둔비의 약 5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이 43조1500여억원이므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분담금이 공정하게 책정돼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금액의 많고 적음은 의미가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률이 75%에 달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비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연간 분담금 총액을 미리 정해 미사용액이 매년 쌓이는 것도 문제다. 사용하지 않으면 되돌려 받지만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검증할 수 없다. 심지어 약속한 사용처 외에 다른 곳에 전용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형제 사이에서도 돈 문제는 명확해야 한다. 피를 나눈 동맹국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미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한다면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협상은 냉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미국의 최첨단무기 도입의 발판으로 활용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당하게 임하라
입력 2018-03-07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