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은 ‘파라+올림픽’ 파라는 그리스어로 ‘동등하다’
앰블럼 속 3개의 손톱 같은 곡선 ‘나는 움직인다’ 의미 담긴 문양
컬링 경기에선 스위퍼 없이 투구자의 투구대로 승부 판가름
49개국에서 15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평창패럴림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각자의 신체적 한계를 딛고 출전한 선수들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일원에서 10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패럴림픽 스포츠 정신의 대전제는 장애를 초월한 동등함이다. 하지만 패럴림픽을 향한 관심과 상식은 올림픽에 대한 것만큼 똑같은 크기가 아니기도 했다. 알고 보면 재미 있고 의미 있는 패럴림픽의 이야기들을 정리해 봤다.
아파서가 아니라, 함께라서 패럴림픽
패럴림픽이 ‘파라(para)’와 ‘올림픽(olympic)’의 합성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이때 많은 이들은 ‘파라’가 의미하는 것이 장애라고 생각한다. 마비된(paralyzed) 환자들의 스포츠라는 의미로 오해하는 것이다. 패럴림픽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척추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던 부상 군인들의 스포츠 경기에서 유래했다는 점은 이 같은 오해를 키웠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따르면 패럴림픽의 ‘파라’는 그리스어로서, ‘나란히’ ‘함께’의 의미다. 결국 이 조어는 장애인들이 겨루는 패럴림픽 역시 올림픽과 동등한 게임이며, 두 스포츠가 나란히 존재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1948년 영국 스토크시 맨더빌 병원에서 휠체어 선수들의 운동 경기 대회를 처음 열었던 ‘패럴림픽의 선구자’ 루드위그 거트만 박사의 말에서도 이러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그는 “스토크 맨더빌 올림픽은 언젠가 동등한 올림픽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했었다.
패럴림픽엔 오륜기가 없다
패럴림픽에서는 오륜 마크가 쓰이지 않는다.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의 마스코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욱 선명히 알 수 있다. 평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의 가슴에는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에 있는 오륜기가 없다. 대신 반다비에게는 수호랑이 갖지 못한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3개의 손톱 같은 곡선으로 이뤄진 이 반다비의 엠블럼은 ‘아지토스(Agitos)’라고 불리는 패럴림픽 고유의 문양이다. 아지토스는 ‘나는 움직인다(I move)’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 문양은 신체적인 한계에 굴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인들을 상징한다.
평창패럴림픽의 아지토스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오방색(청, 적, 황, 백, 흑)이 사용된다. 인종과 지역, 장애를 뛰어 넘는 평화와 희망을 표현했다는 것이 평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여형구 평창패럴림픽 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와 평창,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하나가 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에서 함께 경쟁했던 이들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비해 젊다. 1960년 로마 하계올림픽 직후 열린 로마패럴림픽이 최초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동계패럴림픽의 경우 1976년 스웨덴 오른휠츠비크에서 시작된 게 처음이다. 이 이전까지는 장애를 가진 선수들도 똑같이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했다. 패럴림픽 개최 전 장애인 스포츠인들의 활약상은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독일계 미국인인 조지 아이저는 기차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상태에서 체조 메달을 따낸 선수다. 나무 의족에 의지하는 그였지만 체조에서는 어떤 비장애인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아이저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올림픽에 출전해 뜀틀, 평행봉, 밧줄타기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헝가리의 카로리 타키스는 1929년부터 사격 국가대표로서 활약했다. 그는 1938년 군 복무 중 수류탄 폭발 사고로 자신이 사격할 때 쓰던 오른손을 잃었다. 그는 “오른손이 했는데 왼손이 못할 이유가 없다”며 다시 권총을 잡았다. 타키스는 왼손으로 1948년 런던올림픽,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속사권총 금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메달엔 특별한 것이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메달의 형태가 미묘하게 다르다. 패럴림픽 메달이 독특한 것은 대회명 ‘평창 2018(PyeongChang 2018)’과 패럴림픽 엠블럼 ‘아지토스’를 점자로 새겼다는 점이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조치다.
패럴림픽 메달에는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또 하나의 의미가 새겨져 있다. 올림픽 메달엔 사선의 문양이 새겨져 있지만, 패럴림픽 메달에는 이 문양이 수평선이다. 패럴림픽의 큰 정신 가운데 하나인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조직위는 설명했다.
패럴림픽마다 독특한 메달들이 선보여진 사례도 있다. 2016년 리우패럴림픽에서는 처음으로 ‘소리’를 이용한 메달이 제작됐다. 금·은·동메달에 각각 28개, 20개, 16개의 쇠 구슬이 들어있어 흔들면 소리가 나는 형태였다. 해외 언론들은 ‘승리의 소리(the sound of victory)’라 표현했다.
패럴림픽엔 ‘영미!’가 없다
조직위가 예고한 이번 평창패럴림픽의 최고 스타는 대한민국의 혼성 휠체어 컬링팀이다. 수영장 물을 얼려 연습했다는 이들은 2010 밴쿠버패럴림픽에 이어 메달 신화를 창조할 기세다.
휠체어 컬링은 일반 컬링과 다른 풍경으로 진행된다. 바로 스위핑(빗자루로 빙판 위를 쓸어내는 동작)이 없다는 것이다. 스위퍼가 없이 그저 투구자의 투구 대로 승부가 결정된다. 보기에 따라 구슬치기 같다는 평가도 있다.
투구 선수 뒤에 동료가 붙어 있다는 점도 휠체어 컬링과 일반 컬링이 다른 점이다. 동료 선수는 투구하는 선수의 휠체어를 잡아 주면서 원하는 방향대로 스톤이 향하도록 돕는다. 일반 컬링이 10엔드의 공방으로 이뤄진다면, 휠체어 컬링은 8엔드로 승패를 결정한다. 경기 시간은 비슷하게 2시간30분쯤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패럴림픽의 평등 정신, 메달 속 수평선으로 표현
입력 2018-03-08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