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진지한 대우 받고 싶다”… 美에 대화 메시지

입력 2018-03-07 00:05
대북 특사단이 5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 위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제공

정의용 실장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 별도로 있다” 밝혀
이르면 내일 워싱턴 방문해 설명… 中·러·日 등 국제사회 협력 모색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 면담에서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1박2일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대북 특사단의 다음 과제는 미국 설득이다. 수석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르면 8일 워싱턴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후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서 원장은 일본을 찾아 남북 관계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정 실장은 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북측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며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이 별도로 있다”고 강조했다.

핵보유국 지위에서 군축 협상을 하겠다던 북한이 비핵화 대화 용의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 자체는 진전됐다는 평가다. 북·미 대화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무엇을 얻으려고 이렇게까지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향적인 부분이 있다”며 “북·미 대화의 서막이 열린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확고한 비핵화 원칙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 대화 원칙은 명확하다. ‘적절한 조건’이 갖춰져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대화의 최종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여야 한다는 것이다. 핵 동결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핵을 폐기하는 문재인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도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대북 특사단 파견 전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 직후에도 이런 원칙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어떠한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확고한 목표로 삼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CVID에 대한 김정은의 전향적인 의사 표명을 가져와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CVID는 비핵화 로드맵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잣대로 여겨진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초강경 노선을 펼쳤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1기(2001∼2005년)에 수립된 북핵 해결 원칙이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핵 동결만으로 대북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진전되더라도 상당 기간 대북 제재가 이어질 텐데 북한이 계속 비핵화 의지를 보이겠냐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이 정도 입장 표명으로는 미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며 “만약 미국이 북·미 대화를 받는다면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소환 등 추가 조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