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의지’ 긍정 평가 땐 北·美 대화 급물살 가능성

입력 2018-03-06 22:06 수정 2018-03-07 00:04
대북 특사단이 5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 위원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 제공

WSJ “북핵 미묘한 새 국면… 미국은 외교 준비돼 있나” 지적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파견으로 한반도 외교의 새 장이 열린 가운데 미국이 이런 대화 무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특사단이 귀환 뒤 발표한 합의문에서 북측이 ‘미국과 비핵화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미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북·미 간 대화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남북 간 합의문 결과를 통보받고 내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만간 ‘성명’ 형태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제까지 북·미 대화의 의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힌 점은 미국으로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이 밝힌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때문에 이번 주 방미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남북 회담 내용을 청취한 뒤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가 좀 더 확실해져야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보수 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에 관한 새로운 장이 열렸다. 미국은 준비돼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 상황 변화에 따른 미국의 준비를 주문하고 나섰다.

WSJ는 “북핵과 관련해 미묘한 새 국면이 한반도에서 방금 열렸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 친선이 만찬외교로 전환되고 한반도에서 외교의 폭발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대화 분위기에) 뒤처지며 이 같은 과정을 주도하거나 이익을 보호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북 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 미국의 명확한 목표 설정, 북한에 줄 수 있는 인센티브 체크 등 세 가지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할지 아니면 군사적 압박을 선택할 것인지 기본 입장을 정리한 다음, 협상을 택했다면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평화협정 체결 및 경제발전 지원 등의 당근책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WSJ는 “북핵 폐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작은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