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업무상 위력 간음’ 유력… 법적 처벌절차 돌입

입력 2018-03-07 05:03

김지은씨 범죄지 중 하나인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 제출
성폭력 가해자 4명 모두 상하 권력관계서 저질러
‘업무상 위력에 간음’땐 최대 7년6개월까지 선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폭로 하루 만인 6일 지사직에서 물러나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뒤 법정에도 서는 형사처벌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를 적용해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들은 “검찰이 직접 이번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입장도 고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정 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이유로 “범죄지 중 하나가 서부 관할(마포·용산·서대문·은평구)”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가 서울에서도 김씨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서울서부지검은 고소 내용 및 관할권 등을 검토한 뒤 소속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수사를 맡길지, 이날 내사에 착수한 충남경찰청으로 사건을 넘길지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미투(#MeToo) 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출가 겸 극작가 이윤택씨는 강간치상, 강제추행 등 혐의로 지난달 28일 고소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으며, 충북경찰청은 12일 배우 조민기씨를 강제추행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권력관계’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적용 가능한 혐의는 크게 강간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또는 추행 등이다. 강간·강제추행은 폭력이나 협박을 행사했어야 죄가 성립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보호·감독 등 권력관계를 악용했다면 죄가 인정된다.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은 상대적으로 처벌 수준이 낮다. 간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재판에 넘겨졌다면 다수의 피해자가 있어도 상한형의 1.5배인 최대 7년6개월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안 전 지사의 경우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폭행이나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강제추행 및 강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김범한 성범죄전문 변호사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상급자의 명령이나 행동을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공개한 텔레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는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가 아니었다고 볼만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변호사는 “김씨가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권력관계에 얼어버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수준의 의사표현밖에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씨가 폭로한 내용에 비춰본다면 강간죄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