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패닉… “충청 선거 물 건너갔다” 전략수정 목소리

입력 2018-03-06 18:56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이 6일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이날 회의실에선 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사건 파문으로 취소됐다. 최종학 선임기자

한숨·탄식… 벌집쑤신 듯 예정된 공개 회의 취소
“安의 친구여서 고통스럽다” 박수현 선거운동 중단
지도부 “여론 보자” 신중 모드… 추미애, 이틀 째 대국민 사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사건 파문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숨죽인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선거전략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에 민주당 내부는 패닉 상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6일 “일단 충남지사 선거는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보수적인 충청 유권자를 감안하면 충남은 물론 대전과 충북, 세종시도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후보가 대전시장과 충북·충남지사, 세종시장을 모두 석권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안 전 지사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충청권뿐 아니라 전국의 진보진영 후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특히 보수세력 결집 움직임이 나타나는 PK(부산·경남)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한 영남 의원은 “(파문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 내부는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당 지도부는 다른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예정됐던 공개회의를 취소했다. ‘안희정의 친구’라는 프레임으로 충남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박 전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안 전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이라며 “이 시점부터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다음 폭로 대상이 누가 될지에 당의 온 시선이 쏠려 있다”며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공천 파동으로 인한 선거 패배가 우리 당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4·13총선 직전 극심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지지층이 대거 이탈했다. ‘낙승’을 예상했던 한국당은 민주당에 1석 차이로 패배, 원내 1당을 넘겨줬다.

당내에선 지방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어제 낮까지만 해도 여유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력을 다해야 할 판”이라며 “현역의원 출마 자제라든가, PK 집중 공략 등의 선거전략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후보를 선출해 ‘필승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한 최고위원은 “안 전 지사 파문이 반영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당 지지율 변동 폭을 지켜봐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선거전략 전면 수정 등을 말하는 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추미애 대표는 이틀째 대국민 사과를 했다. 추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제 근심스러운 눈으로 저를 대하는 두 딸을 보기가 부끄러웠다”며 “민주당 대표로서, 엄마가 된 심정으로 단단한 각오를 갖고 그릇된 성문화를 바꿔 내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윤성민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