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6차 핵실험 명령 내린 장소서 특사단 면담

입력 2018-03-06 19:3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5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진달래관에서 열린 대북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우리 측 인사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이에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가 앉아 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김창선 전 국방위 서기실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서 원장, 이설주. 청와대 제공

평양 중심가 3층 석조건물 김정은 집무실·서기실 자리 매년 신년사 육성 발표 장소
당 중앙위 전체회의도 열려 관계 개선 의지 과시 해석… 만찬 식탁엔 들쭉술·포도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을 면담했다. 노동당이 정부와 군대를 통솔하는 북한 체제에서 노동당 중앙위는 북한 권력의 심장부다. 우리 측 인사에게 노동당 중앙위 청사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을 접견한 곳은 지난해 9월 자신이 6차 핵실험 명령을 내린 회의실로 확인됐다.

노동당 중앙위 청사는 평양 중심가인 창광거리에 위치한 3층짜리 석조 건물이다. 북한에서 ‘1호 청사’로도 불린다. 망치와 붓, 낫을 형상화한 노동당의 상징이 건물 중앙 맨 꼭대기에 걸려 있다. 이 건물에 김 위원장 집무실과 함께 그의 비서실 격인 서기실이 자리하고 있다. 당 간부 인사와 주요 정책사항을 결정하는 당 중앙위 전체회의도 이곳에서 열린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주요 정책 결정을 내릴 때도 이곳에 머물렀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한 관계자 등을 평양으로 불러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이 건물이 배경으로 자주 쓰였다.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과 면담한 곳은 지난해 9월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방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황병서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 등을 이곳으로 불러 6차 핵실험 결정을 내렸다. 회의 당시 사진을 보면 회의실 벽면에 소나무와 풀밭을 그린 풍경화가 걸려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가 6일 공개한 특사단 접견 사진에도 같은 그림이 보인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 명령을 내린 장소에서 남북이 얼굴을 맞댄 것이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청사에서 특사단을 맞은 것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강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청사가 사실상 우리 청와대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우리 측이 김 위원장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격을 맞췄다는 것이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한 장소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내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미지 정치’를 중시하는 북한 특성상, 남북관계 개선 희망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양측 정상은 백화원 초대소에 걸린 파도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만찬 식탁에는 들쭉술과 포도주가 올라왔다. 북한이 자랑하는 명주인 들쭉술은 들쭉나무 열매로 만든 발효주로 붉은 밤색을 띠고 있다. 김 위원장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 포도주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2016년 방북했던 후지모토 겐지는 김 위원장이 “하룻밤에 보르도산 와인을 열 병 마셨더니 위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