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러 스파이, 영국서 또 독극물 공격 받아

입력 2018-03-07 05:03
독살 의혹의 전 러시아첩보원이 입원해 있는 솔즈베리 병원의 입구. 쇼핑 몰 구내 벤치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중독된 채 혼수상태로 발견된 그는 전에도 자주 일어났던 영국 내 전직 러시아첩보원 독살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에 정보를 넘겨준 전 러시아 스파이와 그의 딸이 알 수 없는 물질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다.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전직 러시아 첩보원 한 명이 전날 런던에서 145㎞ 떨어진 솔즈베리시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33)과 함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BBC는 이 첩보원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둘을 위독하게 만든 물질에 대해 가디언은 “펜타닐일 수 있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수술환자나 암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아편 계열의 마취 및 진통제로, 고농도에서는 근육경직이나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발견 당시 부녀에게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목격자는 “젊은 여성이 의식을 잃고 남성에게 기대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남성은 하늘을 향해 이상한 손짓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대령이었던 스크리팔은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2004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체포돼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스파이 교환협정에 따라 석방된 후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2006년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리트비넨코는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영국으로 망명한 뒤 런던의 고급호텔에서 방사성 독극물 ‘폴로늄201’이 든 차를 마시고 숨졌다. 영국 정부는 당시 러시아 비밀정보국이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그를 독살했다고 발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