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총사’ 유준상-왕용범 “젊은 날의 초상 같은 작품 올려요”

입력 2018-03-07 05:00
뮤지컬 ‘삼총사'의 배우 유준상(왼쪽)과 연출가 왕용범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님이 ‘60세까지는 삼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는 하고 싶은데 (엄)기준이가 ‘나이 들어 어린 역할을 맡는 게 부담스럽다’면서 자꾸 안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뉴시스
뮤지컬 ‘삼총사'의 배우 유준상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우와 연출가가 10년간 우정을 쌓았다면. 더욱이 작품을 계속 같이 해나갔다면. 흔하지 않은 돈독한 관계라고 할 법하다. 우정을 그린 뮤지컬 '삼총사'로 10년 전 처음 만난 배우 유준상(49)과 연출가 왕용범(44) 이야기다. 이들이 오는 16일 개막하는 삼총사 10주년 공연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창작 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이끌고 있는 왕용범은 그동안 대표작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서도 유준상과 손잡았다.

삼총사는 두 사람에게 각별한 의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젊은 날의 초상’ 같은 작품이에요. 피 끓는 청춘이 생각나서 새로웠어요. 초연 멤버들이 모두 늙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더라고요. 10년 전보다 활동도 더 왕성하고요. 그래서 10주년에 모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왕용범) 유준상뿐 아니라 신성우 엄기준 민영기 김법래 등 다른 초연 배우들도 이번 공연을 함께했다.

삼총사는 프랑스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길 꿈꾸는 청년 달타냥(엄기준 손호영 서은광)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신성우 유준상 김준현) 포르토스(김법래 이정수) 아라미스(민영기 박민성 손준호)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웅장한 음악, 볼거리를 골고루 갖췄다. 우정과 믿음, 웃음을 전한다.

“저한테도 소중한 작품이죠. 10주년이 체감 상으로 너무 빨리 왔어요. 초연 멤버들이 모여 10주년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에요. 대형 창작 뮤지컬이 귀한 시절이라서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뜻 깊었어요. 외국 작품을 가져다가 본인이 새로 다시 쓰고 음악도 새로 만드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었거든요.”(유준상)

유준상은 삼총사로 만난 엄기준 민영기 김법래와 ‘엄유민법’이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아이돌처럼 콘서트를 열면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인기다. “‘엄유민법’도 연출님 덕분에 탄생했어요. 다시 멤버들과 함께하는데 재밌어요. 10년 전에 웃음이 터졌던 대사가 있는데 똑같은 대사 때문에 또 웃어요.”(유준상)

지나온 삶의 궤적도 나이도 다르다. 10년 지기가 될 수 있던 이유는 뭘까. 둘은 인터뷰 동안 시종일관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준상은 왕용범을 ‘천재 연출가’, 왕용범은 유준상을 ‘팔색조 배우’라고 칭찬했다.

“유준상 선배님이 믿어주셔서 삼총사가 지금껏 잘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을 때 먼저 알아보고 응원해줬어요. 연출이 나이가 어리다고 불편해하는 배우들을 다독여주는 역할을 해줘서 큰 힘이 됐어요.”(왕용범)

삼총사 10주년 공연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골격은 이전 공연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무대와 안무를 현대적으로 바꿨다.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이 일어나는 시대상을 반영해 인물도 손봤다. 호색한 마초 포르토스가 달라진 것이다.

“포르토스가 10년 전에는 즐길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 다시 보니 비호감이더라고요. 굳이 여자를 밝히는 성격을 남자답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서 수정했어요.”(왕용범) 오는 5월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5만∼13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