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반세기를 맞은 국가조찬기도회(회장 채의숭 장로)가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기도회는 그동안 국민의 평화와 복지,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 등을 위해 교회와 정부의 관계가 악화된 1975년을 제외하고 한 해도 빠짐없이 열렸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교회 원로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를 위해 두 손을 모았다.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기도회는 1968년 5월 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이를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로 보고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윤인식·정일형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방순원 대법원 판사,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 등 사회 각계 지도층이 부정부패가 없어지고 나라가 번영하며 조국이 통일되길 기도했다.
기도회 모체는 2년 전인 1966년 3월 8일 옛 조선호텔에서 생겨났다. 고 김준곤 목사가 김종필 김영삼 등 당시 여야의 기독 국회의원들에게 함께 예배드릴 것을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그해 2월 3일 박현숙 의원의 주선으로 여야 의원 20여명의 모임이 시작됐고 한 달 만에 ‘대통령기도조찬회’라는 이름의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는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공통 주제 아래 반목하던 이들을 한곳에 불러 모았다. 1969년 김수환 천주교 대주교의 추기경 서품을 축하하며 노기남 대주교 등 천주교 인사들이 함께 참석해 신구교의 조화를 다짐했다. 1973년에는 미국 국회조찬기도회 총무였던 클리프턴 로빈슨 목사가 내한해 설교했다.
민주화가 무르익던 1990년 김지길 전 아현감리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에 역사의 파수꾼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교회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거나 입에 재갈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2001년 이중표 전 한신교회 목사는 설교 중 “김대중 대통령의 애칭 ‘DJ’는 ‘Death of Jesus’(예수의 죽음)를 의미한다”며 김 대통령이 겪은 박해와 고난, 죽음의 고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국민의 뜻에 따라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03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기도회를 공식적인 기구로 만들자는 데 합의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문화관광부로부터 법인 허가를 받은 기도회는 초대회장으로 김영진 전 의원을 추대했다. 그해 대구와 부산, 강원도를 비롯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호주 시드니에 지회를 창립하며 외연을 넓혀갔다.
하지만 모든 기도회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아니다. 역대 두 차례 대통령이 불참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이은 철수 움직임으로 전날 밤늦게 불참을 통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기도회의 공과는 뚜렷하다. 정적으로 마주하는 여야 정치인이 소통하게끔 도왔다. 여당이었던 박세직, 황우여 전 의원과 야당이었던 김 전 의원은 여야가 대립할 때마다 기도회로 소통을 이뤘다. 2009년 재외국민 투표권 합의도 기도회가 있기에 가능했다. 1966년 2월 4일자 경향신문 사설은 “권력과 돈에 썩기 쉬운 정치인들이 종교의 소금을 가졌다는 데 관심이 간다”며 “정의를 위해 싸우길 신 앞에 맹세한다면 이 의원들의 거동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다”고 기대한 바 있다.
반면 유신과 군사독재정권 동안 대통령을 축원하는 ‘용비어천가’를 불렀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1973년 기도회에서는 “10월 유신이 하나님의 축복과 사랑의 기적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설교가 나왔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기독교 대표 등 450여명은 하나님 가호가 떠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5·18민주화운동 다음 해인 1981년 5월 14일에도 기도회는 열렸다.
국가조찬기도회 1대 회장인 김영진 전 의원은 “기도회의 허물을 시인하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신과 군사독재정권 아래 소수 정치군인 때문에 국가를 위한 기도회를 그만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도회는 국가와 지도자를 위한 기도회를 넘어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 평화를 위한 기도회로 거듭나고자 한다. 삼성과 대우 등에서 기업인으로 세계 곳곳을 누빈 9대 회장 채의숭 장로는 그 역할의 적임자로 꼽힌다. 채 장로는 “죽을 것을 알고도 예루살렘으로 간 사도 바울의 심정으로 전 세계가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싶다”며 “8일 기도회가 끝나면 남은 9개월 임기 동안 아시아 10개국과 남미, 아프리카 등에 조찬기도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국가와 지도자를 위한 기도’ 넘어 세계평화 위해 두 손 모은다
입력 2018-03-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