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이도연, 韓 최초 동·하계 패럴림픽 메달 도전

입력 2018-03-07 05:02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이도연이 지난해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설원을 질주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16 리우서 핸드사이클 은메달
평창에선 크로스컨트리 스키 출전
지구력 등 뛰어나 좋은 결과 기대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최근 2018 평창 패럴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한국 선수들 중 한 명으로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여전사’ 이도연(46)을 꼽았다. 이도연은 이번에 한국인 최초로 동·하계 패럴림픽 동시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국내외 선수들을 통틀어 스키 선수로는 가장 나이가 많은 그는 평창에서 ‘아줌마의 힘’을 보여 주겠다며 막판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도연은 장애인 선수들 사이에서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19세이던 1991년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15년 넘게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다.

2007년 이도연은 우연한 기회에 생활체육을 접하고 6년 동안 탁구에 전념했다. 하지만 탁구는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 태극마크를 달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2년 육상 필드로 종목을 바꿨다. 그해 그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기록에 미치지 못해 메이저대회 출전이 좌절됐다.

그는 2013년 5월 류민호 당시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감독을 무턱대고 찾아가 손으로 페달을 움직이는 핸드사이클에 도전했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강한 정신력을 지닌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만능 스포츠우먼인 이도연의 도전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11월 장애인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 입문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는 핸드사이클처럼 어깨와 팔, 손의 힘이 필수적이다. 쓰는 근육도 비슷하고 폐활량이나 지구력이 좋아야 하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이도연이 극복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도로가 아닌 눈밭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훈련을 하다 넘어져 혼자 장비를 풀고 눈을 헤치며 나오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도로 위의 더위에 익숙한 그에게 눈밭의 추위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시련이었다.

하지만 이도연은 남다른 열정으로 난관을 헤쳐 나갔고, 마침내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이도연은 평창패럴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좌식 장거리 12㎞, 스프린트 바이애슬론 좌식 스프린트 6㎞, 중거리 10㎞, 개인 12.5㎞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도연은 “운동하느라 세 딸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 주지 못했는데, 평창패럴림픽 메달을 따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