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도 첫 미투… “의원실서 3년여간 성폭력 피해”

입력 2018-03-06 05:05

“직장 상사 성폭력 일상화… 항의할수록 입지 좁아져”
남성 의원·선임보좌관이 인사권 행사·평판 조회… 그동안 ‘미투’ 무풍지대


국회에서도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A비서관은 5일 국회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2012년부터 3년여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글을 올렸다.

A비서관은 “4급 보좌관인 그 사람은 회관에서 함께 일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직장 상사 관계로 묶이기 시작한 뒤 장난처럼 시작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에게 항의했지만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음담패설은 계속됐고 항의를 거듭할수록 의원실 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고도 했다.

이전까지 국회 미투 운동은 ‘익명’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직원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거의 매일 미투 증언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익명에만 머물렀다.

이러한 익명성은 국회 내 근본적인 구조 때문이었다는 게 여성 보좌진의 공통된 주장이다. 주로 남성이 절대적 인사권을 행사하고 평판 조회를 통해 자리를 옮기는 국회의 관행이 정치권 내 ‘미투 운동’을 확산시키지 못했던 요인이라는 것이다. A비서관은 “저는 많은 보좌진이 그렇듯이 생계형 보좌진”이라며 “함께 일한 상급자의 평판은 다음 채용 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견디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남성 중심적 분위기인 것도 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의원실 보좌진 중 말단인 9급 비서직의 여성 비율은 70%가 넘지만 급수가 높아질수록 여성이 적어지는 구조다.

대응 통로가 마땅치 않았던 것도 피해자들이 나서지 못했던 문제로 지적된다. 30대 여성 비서관 B씨는 “지금은 부당한 인사에 보좌진이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국회 사무처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인사과는 인권센터 신설 등 확대 개편 논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은 “당내에 윤리심판원 등 성폭력 피해 보좌진을 전담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