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3시간 만에 김정은과 면담… 北, 파격 영접

입력 2018-03-05 23:38
대북 특사단 수석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특사들이 5일 북한 방문에 앞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의 공군 2호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 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특사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미 대화 및 남북 관계 등 현안을 논의했다. 성남=이병주 기자

공항서는 이선권 등이 영접, 초대소에는 김영철이 마중…특사단과 방북 일정 협의
靑 “金위원장, 남북관계와 현안에 대한 큰 틀 이야기”
6일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北 외무성이 참가할 경우, 북미대화 심도있게 논의될듯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5일 방북 3시간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며 숨가쁜 1박2일 일정에 돌입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 면담에 이어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북·미 대화 및 남북 관계 회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사단은 오후 2시50분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이현 통일전선부(통전부) 실장이 기내로 영접을 나왔다. 공항에서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영접했다.

특사단은 이 위원장 등과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10분간 환담한 뒤 오후 3시40분 숙소인 고방산초대소에 도착했다. 초대소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이 직접 맞이했다. 특사단은 김 부위원장과 함께 15분간 구체적인 방북 일정을 협의했다.

청와대는 특사단 파견 이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북한은 확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초대소에서 우리 측과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 및 만찬 일정을 통보했다. 특사단은 방북 3시간 만인 오후 6시부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시작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방한 첫날, 3시간 만에 특사단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우리 측 특사단을 일정 마지막 날에 주로 만났다. 특사단은 막판까지 면담 성사 여부를 알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2003년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특사로 파견된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도 하지 못한 채 귀환했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특사였던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1박2일 일정 마지막 날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특사단에 대한 파격 영접이 회담 성과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이어 6일부터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을 진행한다. 통전부와 산하 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회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외무성의 회담 참가 여부가 주목된다. 외무성이 참가한다면 북·미 대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남북 관계와 한반도 현안에 대한 큰 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실무적 회담은 6일부터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나 식사자리는 추가로 예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이 회담 결과를 별도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정상 간 회담이 아니어서 공동보도문 형태의 결과는 없겠지만 상호 합의하에 별도 발표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특사단은 북한에서 위성전화와 팩스 등을 사용해 청와대와 통신하고 있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및 만찬 일정, 향후 회담 계획 등은 팩스로, 관련 사진은 이메일을 통해 청와대에 보냈다. 다만 둘 다 도·감청 위험이 있어 중요한 내용이나 상세 현안 등을 다룰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6일 귀환 이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특사단은 “북한 영접 인사의 면면이나 경호, 숙소 준비 상황 등으로 볼 때 북한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청와대에 전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