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김정은을 파악하라

입력 2018-03-05 23:39 수정 2018-03-06 00:13

대북 특사단은 한반도 안보 현안과는 별개로 또 다른 임무를 부여받았다. 공개적인 대외 활동을 극도로 꺼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제대로 된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아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현안을 대하는 태도, 일관성, 논리성 등을 직접 겪어봐야 향후 대화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을 두고 김 위원장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아왔다. 정책 일관성이 전혀 없는 기분파 사고뭉치로 보는 시각과 미국을 상대로 판을 좌지우지하는 타고난 협상가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이후 외국 인사를 만난 적이 7차례에 불과할 만큼 대외 행보를 자제해 왔다. 남측 인사 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했던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극소수다. 하지만 순수한 조문 목적인데다 북한의 후계 구도도 불분명해 깊이 있는 얘기를 하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특사단은 우리 정부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 면담과 만찬을 함께하며 그의 성향을 직접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특사까지 파견했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 특사였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저서 ‘피스메이커’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에 대한 첩보와 보고서, 서적 등을 분석해 인물 자료를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신상 정보가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 사람과 회담할 수 있겠는가. 특사로 가서 김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오는 게 첫 번째 임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역시 향후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해 김 위원장의 성향 파악을 주문했을 개연성이 높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