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맹폭에 무덤으로 변해가는 시리아 동구타

입력 2018-03-05 23:27 수정 2018-03-06 05:05
시리아인 민간 방어대 화이트헬멧 제공 사진으로, 1일 정부군의 공습으로 죽거나 다친 동구타 시민들을 사람들이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시리아 동구타 전역에서 주민 수천명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포화를 피해 건물 지하실과 지하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다. 캐나다 매체 더콜롬비안은 4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 보도하면서 ‘시리아 동구타의 대피소는 산 자들의 무덤’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AP통신과 접촉한 현지인들은 지하공간에서 정부군 폭격이 멈출 때까지 몇 시간씩, 어떤 날은 며칠씩 숨어 지낸다고 설명했다. 대피소는 물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환기가 되지 않아 연기로 가득 찬 곳도 있다. 이런 대피소 한 곳에 몰리는 인원은 수십명부터 수백명에 달한다.

폭격이 끊이지 않는 동구타에서는 지하도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주민들은 습하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그곳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면서도 위치 노출을 우려해 사진은 공유하지 않았다.

22개월 된 아이의 어머니인 한 현지인 교사(30)는 대피소 위로 쇄도하는 공습 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지하 대피소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이지만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며 “드럼 폭탄(드럼통에 폭약과 살상용 금속을 채운 폭탄)이 때때로 대피소 위로 떨어져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고 말했다.

동구타 내 하제 지역 구조대원들은 최근 공습을 받은 건물 지하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잔해 속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데만 열흘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동구타 진입에 성공한 것은 주민들에게 그나마 희소식이다. 신화통신은 5일 다마스쿠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의 트럭 46대가 동구타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유엔 안보리가 휴전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처음이다.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휴전결의안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동구타를 공격해 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정부군은 현재 동구타의 4분의 1 정도를 탈환한 상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