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동구타 전역에서 주민 수천명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포화를 피해 건물 지하실과 지하 대피소로 몰려들고 있다. 캐나다 매체 더콜롬비안은 4일(현지시간) AP통신을 인용 보도하면서 ‘시리아 동구타의 대피소는 산 자들의 무덤’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AP통신과 접촉한 현지인들은 지하공간에서 정부군 폭격이 멈출 때까지 몇 시간씩, 어떤 날은 며칠씩 숨어 지낸다고 설명했다. 대피소는 물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환기가 되지 않아 연기로 가득 찬 곳도 있다. 이런 대피소 한 곳에 몰리는 인원은 수십명부터 수백명에 달한다.
폭격이 끊이지 않는 동구타에서는 지하도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주민들은 습하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그곳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면서도 위치 노출을 우려해 사진은 공유하지 않았다.
22개월 된 아이의 어머니인 한 현지인 교사(30)는 대피소 위로 쇄도하는 공습 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지하 대피소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이지만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며 “드럼 폭탄(드럼통에 폭약과 살상용 금속을 채운 폭탄)이 때때로 대피소 위로 떨어져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고 말했다.
동구타 내 하제 지역 구조대원들은 최근 공습을 받은 건물 지하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잔해 속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데만 열흘이 걸렸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동구타 진입에 성공한 것은 주민들에게 그나마 희소식이다. 신화통신은 5일 다마스쿠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의 트럭 46대가 동구타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유엔 안보리가 휴전결의안을 통과시킨 후 처음이다.
그동안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은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휴전결의안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동구타를 공격해 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정부군은 현재 동구타의 4분의 1 정도를 탈환한 상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정부군 맹폭에 무덤으로 변해가는 시리아 동구타
입력 2018-03-05 23:27 수정 2018-03-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