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추적한 27개 차명계좌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1489개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금융실명제 개선안이 추진되면 소급적용 여부에 따라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일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발견한 이 회장 차명계좌는 1229개다. 2008년 특검에서 찾아낸 차명계좌 1197개에 32개가 더해졌다. 최근 경찰이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발표한 추가 발견 차명계좌 260개를 더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1489개에 이른다. 2008년 특검이 밝힌 이 회장의 차명계좌 잔액은 2007년 12월 말 기준 4조5373억원이다.
금감원이 밝힌 1229개 차명계좌 가운데 1133개는 증권 계좌, 96개는 은행계좌다. 증권계좌 중에 삼성증권에서 개설된 것이 918개(81%)로 가장 많았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주식 형태로 보관하기 위해 증권계좌가 주로 사용됐고 이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증권이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차명계좌 1229개 가운데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만들어진 건 이번에 금감원이 잔액을 확인한 27개를 제외한 1202개다. 이 계좌들은 금융위의 금융실명제 개선안에 따라 향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관계부처와 국회 간 협의를 통해 실명제 시행 이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 1202개는 이미 계좌 폐쇄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금융위 개선안을 소급 적용할지에 따라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다.
이 외에 경찰이 찾아낸 차명계좌 260개는 잔액이나 개설 시점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의 잔액을 밝혀내면서 금융당국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 회장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바람에 호된 비판에 시달렸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그간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금융실명제 개선안 소급 적용 땐 李 회장 나머지 차명계좌도 과징금
입력 2018-03-06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