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EU·반난민’ 우파 정서에 좌파 정책 혼합…
청년층에 어필 대표, 대학 중퇴 후 식당서 일해
37% 얻은 우파연합 연정구성권
살비니 “오성운동과 연정 없다” 극우 포퓰리즘 확산에 유럽 긴장
유럽 주요국인 이탈리아의 5일(현지시간) 총선에서 ‘헝(hung) 의회’가 출현하면서 정국 불안이 예상되고 있다. 헝 의회는 과반 득표 정당이 없어서 늘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듯한 의회 상태를 말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Five Star)’이 단일정당으로 30%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31세의 당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서를 기반으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이탈리아에서도 맹위를 떨치자 유럽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수의 이탈리아인이 그간 변두리 취급을 받던 포퓰리즘 정당에 표를 던졌다”면서 “만들어진 지 9년밖에 안 된 오성운동은 가장 강한 단일정당으로서 향후 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 마이오는 남부 캄파니아주 아벨리노 출신으로 나폴리의 페데리코 2세 대학을 중퇴했다. 가디언은 “디 마이오는 중퇴 후 음식점에서 일하거나 나폴리 축구클럽 직원으로 일했다”면서 “그의 이력은 대단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 마이오는 26세에 최연소 하원 부의장이 된 지 4년 만인 지난해 9월 당대표로 선출돼 이번 선거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에서 오성운동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좌파와 우파를 넘어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성운동의 기조는 반난민, 반유로존 등 우파의 어젠다와 좌파 경제정책을 혼합한 것으로 특히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면서 기성정치에 반감이 높아진 젊은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2007년 5.7%이던 실업률은 2014년 13%대로 올라서며 정점을 찍었다. 남부 지역의 경우 실업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18.3%, 청년 실업률은 46.6%에 이른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극우정당 동맹, 이탈리아형제들 등 3개 정당과 손잡은 우파연합은 득표율 37%를 넘기며 최다 득표에는 성공했다. 우파연합은 일단 제1당 지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연정구성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우파연합 정당들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13%)을 얻은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44) 대표가 차기 총리로 유력시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살비니 대표는 이날 “약속대로 중도 우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오성운동과 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로선 오성운동이 연정 구성의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막강한 힘을 가진 단일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의 디 마이오 대표가 총리 자리를 넘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헝 의회로 정부 구성이 어려워지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오성운동이 신생 좌파정당 자유와평등(LeU)과의 연정을 논의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다만 자유와평등이 이번 선거에서 4% 미만의 득표율을 얻은 탓에 두 당의 연합은 과반을 확보하긴 어렵다. 사회복지 지출을 증대하는 데 뜻이 일치하는 집권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다. 집권 민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은 23.8%의 득표율로 사실상 참패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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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