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강군 드라이브… 中 국방비 8.1% 증액

입력 2018-03-06 05:00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를 맞아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강군몽(强軍夢)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6.5% 안팎으로 설정하고 질적 성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리커창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6.5%로 확보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을 6.5% 안팎으로 설정했으나 실제 성장률은 6.9%였다. 리 총리는 “올해 목표치는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 단계에서 고품질 성장 단계로 방향을 전환하는 현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2.6%로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낮추고, 도시실업률은 5.5% 이내로 통제하기로 했다. 공급 측 구조개혁 차원에서 철강은 3000만t, 석탄은 1억5000만t 정도 감산하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방예산 증가폭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어난 1조1289억 위안(약 19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가폭은 전문가들의 예상치 7.0%를 크게 웃돈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4년 12.2%에서 2015년 10.1%, 2016년 7.6%, 지난해 7.0%로 계속 하락해 왔다. 그러나 군사비 총액은 지난해 1조443억 위안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겼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세계 2위다. 3위 러시아는 중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군몽을 내세우며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등 최신 군 장비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국방 및 군대 건설에서 시 주석의 강군 사상을 토대로 중국 특색 강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군대 훈련과 전쟁 대비 사업을 전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겨냥해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하며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전인대에서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제도화하는 개헌안 초안이 공개됐다. 초안의 헌법 서문에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등과 함께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삽입됐다. 또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규정한 헌법 3장 제79조 3항에서 ‘임기는 두 번 연속 회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전인대 개막식에는 시 주석의 ‘오른팔’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시 주석 등 최고지도부와 나란히 중앙 연단에 앉아 위상을 과시했다. 10번째로 입장한 왕치산은 자신의 후임인 서열 6위 자오러지 상무위원 옆에 앉아 줄곧 정면을 응시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대회에서 상무위원직을 내놓은 왕치산이 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